[사설]정부 人事의 위헌적인 ‘家系 연좌제’

  • 입력 2005년 9월 29일 03시 03분


코멘트
청와대는 앞으로 장차관 등 정무직은 물론이고 3급 이상 공직자 및 정부투자기관 임원 등을 인선할 때 후보자의 배우자와 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 등 직계 존·비속까지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라도 도덕적으로 흠이 없는 사람을 쓰겠다는 취지인지 몰라도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

청와대 측은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어떤 점까지 검증하겠다는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위헌(違憲) 소지가 짙다. 헌법 13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 행위가 아닌 친족(親族)의 행위로 인한 불이익 처우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직 인사(人事)의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도 인사상의 결격사유를 해당 공무원 본인 문제에 국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앞장서서 굳이 이를 확대하려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

청와대 방침대로 법이 제정되면 조금 심하게 말해, 조부모나 부모가 부자인 사람보다 가난한 경우가 고위직에 임용 또는 승진되는 데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인사 연좌제가 적용된다면 본인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고 도덕성에 결함이 없어도 고위직이 될 수 없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국가에 필요한 유능한 인재들을 널리 구하기 어렵게 된다. 거꾸로 능력은 없지만 ‘코드’가 같은 사람들로 공직사회가 채워질 우려는 높아진다.

이 정권의 적잖은 고위직 사람들은 국가보안법, 선거법 등의 위반 전력이 있다. 국무총리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당사자들은 요직에 앉아있으면서 조부모나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이러니 포퓰리즘에 취한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은 기존의 법과 제도만으로도 가려낼 수 있다. 보다 시급한 일은 ‘코드’를 버림으로써 인재 풀을 넓히고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부 산하 기관장 자리까지도 코드에 맞는 사람이 없으면 수개월씩 공석으로 비워놓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