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北核위기 돌파구는]美知北派해리슨에게 듣는다

  • 입력 2005년 5월 1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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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방송은 최근 북한 핵문제에 관한 특집 방송을 하면서 ‘수수께끼(Riddle)’라는 제목을 달았다. 북한의 전격적인 남북 차관급회담 수용은 수수께끼를 더해 준다. 본보는 ‘북핵 수수께끼’를 풀어 보기 위해 12일(현지 시간) 셀리그 해리슨 국제정책센터(CIP)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을 긴급 인터뷰했다. 그는 ‘미 워싱턴 내 북한의 비공식 메신저’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북핵 문제에 관한 한 ‘내재적 접근법’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평양도 그를 신뢰한다는 평이다.》

―당신은 올해 3월 말 북한에 다녀왔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종국에는 핵무장 국가로 대접받고자 하는 것인가.

“북한의 행동은 모두 대외용이다. 평양은 미국을 상대로 자신들이 핵무기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고자 한다. 북한의 진짜 핵능력을 나는 알 길이 없다. 블러핑(과대포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김정일 체제의 유지, 국가안전보장 약속받기, 서방의 경제지원 확보에 있다고 봐야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박봉주 총리가 주도하는 온건파가 힘을 잃고, 군부 강경파가 입지를 굳혔다. 미국과 협상을 해 봤자 아무런 소득이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군부는 북한의 민족적 자부심을 자극하며 주도권을 장악했다.”

―미국과 북한은 서로 무엇을 양보해야 하나.

“미국은 김정일 정권 교체 의사를 포기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을 존중(respect)한다는 뜻을 담아 북-미 수교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라이스 장관이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했는데 그 정도로는 안 통한다.”

―미국이 지난해 제시한 ‘6월 제안(June Proposal)’에는 북-미수교도 있었다. 북한은 미국의 6월 제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진심으로 보지 않는다. 그 제안대로라면 북한이 초기에 핵능력을 포기해도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돼 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및 인권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수교가 가능하다고 했다. 북한이 당장 얻게 될 이익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런 제안에 동의하겠는가. 미국은 군사적 행동을 하지는 않겠지만, 정치 경제적 압력을 통한 북한 정권의 붕괴를 염두에 두고 있다. 탈북을 장려하고, 한국의 보수그룹이 인권문제를 제기하도록 한다.”

―미국이 평화공존을 약속하면 ‘플루토늄 핵 동결협상’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뜻은 미국은 고사하고 한국 정부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수교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의 이념지향적 정책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은 특히 한국과 중국의 이익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한국이 미국의 뜻에만 따른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중국이 지난주 미국의 대북제재에 반대하면서 북-미 간 직접대화를 촉구한 것은 바람직하다. 한국과 중국이 부시 행정부의 도발적인 정책을 막아야 한다.”

―당신은 평양에서 나와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을 하면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면 핵물질을 외부에 유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하지 않았나.

“미국은 핵물질 확산을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 2004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내게 ‘알 카에다에 핵물질을 넘기는 일은 없다’고 했다. 1년 동안 북한 내 기류가 달라졌다는 징후로 보면 된다. 그러나 김계관 부상의 말도 결국에는 핵물질 확산 위협이라기보다는 대미 협상술로 본다.”

―앞으로의 전망은….

“나는 북한이 먼저 위기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나는 북한핵 문제가 해결 없이 시간이 흘러갈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북한은 플루토늄 재처리를 계속하겠지만 인도적인 비극을 맞을 수도 있다. 한국은 핵문제 때문에 북한을 포용정책으로 감싸는 것을 중단해선 안 된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셀리그 해리슨은…▼

△AP통신, 워싱턴포스트 기자

△1972년 미국 언론인으로는 최초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인터뷰. 이를 포함해 9차례 방북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1974∼1996년)

△현재 국제정책센터(CIP) 아시아프로그램 국장,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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