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東北亞분쟁 휘말릴수 없다”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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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8일 주한미군을 유사시 동북아 다른 지역에 투입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이며, 이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충북 청원군 공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53기 공사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최근 일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문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주한미군 감축과 맞물려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어서 앞으로 이에 관한 미국 측과의 협상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국가와 민족의 운명과 직결되는 동북아 지역 분쟁에 대한 주한미군 개입이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 ‘독트린’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우리 군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비해 독자적인 작전기획 능력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 현재 미군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8·15 광복절 기념사 이후 ‘10년 안에 자주국방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혀 왔다. 이번 발언은 자주국방 계획이 작전권 환수까지 염두에 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 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동북아의 ‘세력 균형자’로서 이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주변국들과 더욱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와 병행해 자주국방 역량을 갖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

미국 정부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검토(GPR)의 일환으로 특정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을 기동군화해 신속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 배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대북 억지력을 핵심 임무로 하고 있는 주한미군에게 이 개념이 적용되면 동북아시아 지역에 분쟁이 발생했을때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이 해당지역에 이동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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