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원내대표 사퇴 이후 ‘박근혜 책임론’ 잦아들까

  • 입력 2005년 3월 4일 2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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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그만하세요”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행정도시법 통과에 반발해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전재희 의원을 찾아가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그는 이에 앞서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단식 그만하세요”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행정도시법 통과에 반발해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전재희 의원을 찾아가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그는 이에 앞서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의 4일 전격 사퇴 선언이 행정도시법의 국회 처리를 둘러싸고 증폭되어 온 당의 갈등을 진정시키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 행정도시법 반대파들의 1차적 요구가 그의 사퇴였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가 사퇴 카드를 꺼낸 것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행정도시법 처리와 과거사법의 처리 유보에 대해 묵계가 있었다는 이른바 ‘빅딜 설’이 이날 오전 불거지고, 이와 함께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소속 의원들의 연판장 작성이 본격화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김 원내대표는 더 늦기 전에 사퇴해 반대파들에게 당내 투쟁 철회의 명분을 주고 당의 갈등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사퇴 기자회견 전에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만나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고 말했으나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다 같이 책임져야 하는데 왜 다 떠안으려고 하느냐”고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 문제에 관해 “의원들 다수가 사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사퇴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문제로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공당인 만큼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조기전당대회에 대해 “모든 것은 토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정은 전체가 하는 것”이라고 원칙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박 대표 등을 향한 반대파들의 인책론 공세는 당분간 주춤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의원은 “이번 사태는 원내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해 박 대표에 대한 추가 공세를 자제할 뜻을 비쳤다.

행정도시법에 반대해 온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도 이날 시사저널(7일 발행)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박 대표 중심으로 당을 수습해야 한다”며 “힘을 모아 남과 먼저 싸운 후 내부 책임을 물어야 발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정도시법을 둘러싼 당 내 갈등의 불씨가 단시일 내에 꺼질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아직은 이르다. 반대파들은 김 원내대표의 사퇴와 상관없이 행정도시법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및 시민단체와의 연계 투쟁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당헌상 11일까지 선출해야 할 후임 원내대표에는 이미 출마를 공언한 강재섭(姜在涉) 김문수 의원 외에 중도파인 권철현(權哲賢) 맹형규(孟亨奎) 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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