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내각 '사표봇물'

  • 입력 2005년 1월 27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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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청와대와 내각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청와대 등 여권에 비상이 걸렸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27일 "청와대가 꼭 발탁해서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절하는 경우가 많고, '이제 그만하고 나가겠다'고 스스로 손들고 나오는 장관 때문에 고민이다"고 털어놨다. 청와대와 내각의 고위직 인사들이 강도 높은 업무 때문에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 내내 국회에 붙잡힌 장관들=26일 간부들에게 사의를 공개적으로 밝힌 김병일(金炳日)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국회에서 거의 매일 '별을 보며' 퇴근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연일 열렸고, 막판 국회의원들이 예산조정을 하는 계수조정심사위원회 때문에 국회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것. 여야가 국가보안법 등 4대입법 문제로 국회가 파행을 빚었을 때도 국회에서 대기해야한 했다.

올해 예산심의를 마친 1일 오전 2시 찬 밤공기를 맞으면서 국회를 나선 김 장관은 "이제 짐을 벗게 됐다"면서 홀가분해 했다고 한다.

평소 마라톤으로 체력을 다져 건강한 편인 그는 지난해 9월에는 맹장수술을 받기도 했다.

경제부처 고위 간부는 "모든 공무원들이 '출세에 눈이 멀었다'고 보는 것은 옛날 얘기"라면서 "일에 지쳐 민간으로 나가겠다는 간부들을 말릴 마땅한 방도가 없다"고 털어놨다.

조만간 청와대를 떠날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역시 '건강상 이유'가 큰 이유다. 2년 동안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몸이 망가졌다'고 한다. 그는 당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민정수석에 복귀한 문재인(文在寅)씨 또한 과도한 업무부담 때문에 치아를 10여개나 뽑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한때 청와대를 떠났었고, 사표를 냈던 박봉흠(朴奉欽)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최근에야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OECD 대사로 떠난 권오규(權五奎) 전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도 건강이 나빠져 대통령이 말리지 못한 케이스.

▽달라지는 관가 풍속도=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은 지난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시절 "1년 동안 봉사했으니 이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박봉흠 전실장이 중도하차 하는 바람에 청와대를 떠나지 못하고 오히려 더 '힘든' 일을 맡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젊고 의욕에 가득 차 있어 참모들이 보좌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학습량이 많은 대통령을 보좌하려면 청와대 참모 뿐 아니라 장 차관도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부처 한 간부도 "밖에서 보기엔 화려해보이지만 장관도 예전처럼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특권은 줄어들고 책임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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