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슈타트 연구원 “한국, 분명한 노선 정해야한다”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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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컬러스 에버슈타트 미국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연일 신문 및 잡지 기고, 언론인터뷰를 통해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인물이다.

24일 전화 인터뷰에서도 그는 “1980년대 말 미국과 필리핀의 동맹관계가 오늘날처럼 변질될 것으로 누가 생각했겠느냐”며 “한국은 분명한 노선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북한정권 교체를 촉구했는데 그런 방식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

“지금의 한반도는 2차대전 발발 직전인 1930년대 유럽과 같은 불안정한 균형 상태다. 부시 행정부 1기 4년간 ‘말’로만 압박하는 대북정책을 펴는 동안 북한의 핵 개발로 한반도는 훨씬 위험한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 정권 교체 시도에 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지금 상황을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은 더 위험하다. 북한 핵은 북한 정권의 문제다.”

―부시 행정부가 과연 그런 주문에 따를 것으로 보는가.

“부시 대통령은 재선된 뒤 국민적 지지에 따른 정치적 자산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주목해야 할 발언이다. (짐작이라고 유독 강조한 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사임은 그가 이런 기류 변화를 감지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한국이다.

“북한의 핵물질이 유출되더라도 한국은 (테러범들의) 공격 대상이 아니지만 미국은 첫 번째 목표물이다. 이처럼 한미간 위기의식은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대북 군사행동은 북한의 핵물질 유출이 확인된 이후에만 국한돼야 한다.”

―당신의 글이 주목받는 것은 AEI가 부시 행정부 권력 핵심인 신보수주의자(네오콘)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전체 네오콘도 동의하는 생각인가.

“다른 사람의 생각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윌리엄 크리스톨은 북한 정권의 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발언을 혹평하는 글을 썼는데….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은 짜증(irritated)이 났다. 군사적 제재 및 경제제재가 모두 필요 수단이 아니라는 노 대통령의 연설은 마치 협상카드를 던져 버린 것과 같다. 대통령이 최면(hypnotized)에 걸렸던 것 같다.”

―한국이 노선을 분명히 정하란 것은 무슨 뜻인가.

“헬무트 콜 서독 총리도 1980년대 서방과 동독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민족과 체제 사이에서 자유주의 체제를 선택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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