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경제위기 아니라니…”…野4당 ‘토론회’서 성토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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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부총리와 野4당 대표들1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야4당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이헌재 경제부총리, 민노당 김혜경,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당 한화갑, 자민련 김학원 대표(오른쪽부터).- 서영수기자
李부총리와 野4당 대표들
1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야4당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이헌재 경제부총리, 민노당 김혜경,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당 한화갑, 자민련 김학원 대표(오른쪽부터).-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4당은 19일 오후 국회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열고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내놓았다.

기업가 상인 농민 주부 등을 초청, 바닥 경기를 듣는 자리를 겸해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각 당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여당의 책임론에 한목소리를 냈다. 열린우리당은 야4당의 제의를 거절하고 토론회에 불참했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인사말에서 “현 경제 위기가 한국형 장기불황의 초기 단계로 갈 수 있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위기에 대해 ‘경제가 위기가 아니다’며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도 “노무현 정부는 경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정치 공세로 치부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속에 넣고 천천히 가열하면 물이 끓는 줄도 모르고 죽는데 현 정부의 경제 인식이 이 개구리와 다를 게 뭐냐”며 “김대중 정부 때 시행되던 공공부문 개혁 등 4대 개혁도 완전히 실종됐다”고 주장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표는 “정략적 의도가 내포된 과거사 들추기나 이분법적 편 가르기로는 경제 활력이 회복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헌재(李憲宰) 경제부총리는 “체감경기가 많이 어려운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 모두가 국민의 불안감을 제거하는 데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정치권도 순수하게 경제 논리에만 입각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야권의 무조건적 비판을 경계했다.

이어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순서에선 ‘사상 최악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대구 서문시장 상인 박재홍씨는 “규모가 제법 큰 서문시장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 이상 감소할 정도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는데 정부가 경제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해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사장인 강정구씨는 “현재대로라면 중소 제조업체 중 64.7%가 3년을 넘기기 힘들다”고 말했고, 농민인 박용두씨는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농촌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농업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단호하게 쌀 시장을 지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각 당은 현 경제상황 타파를 위한 정책에 대해선 부분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지금이라도 민간주도, 시장경제원리에 맞춰 경제 주체의 심리적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며 △감세 △단체수의계약제 폐지·연기 등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적 특별조치 △주택거래신고제 개선을 통한 부동산시장 개선 등을 요구했다.

반면 민노당 심상정(沈相정) 의원은 “부유세 신설과 직접세 인상 등 세제 개혁과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 기자인 고서연씨(서울대 외교학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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