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日관계 냉각기로…납치문제 결말없이 끝나

  • 입력 2004년 8월 13일 18시 39분


코멘트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11, 12일 열린 ‘북-일 납치문제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일본 내에서 대북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집권 자민당과 제1야당인 민주당은 “납북 의혹이 있는 일본인 실종자 10명 중 단 1명의 안부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은 북한측이 무성의했기 때문”이라며 국교정상화 협상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5월 평양방문과 일본의 대북 식량지원 등으로 개선 기미를 보여 온 북-일 관계가 다시 냉각기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실무회담에서 북한측은 “(납치는) 특수기관이 극비리에 시행했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며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일본측이 1970년 일본 항공기 요도호를 납치한 뒤 북한으로 망명한 적군파 요원 4명의 신병 인도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당사자들에게 직접 귀국을 설득하라”고 역제안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 대북 온건론자로 꼽히는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솔직히 말해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가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관계자도 “북한은 결국 미국만을 의식하고 있으며, 핵 문제 해결로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북-일 관계 역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대표단은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일본측의 질문에 최대한 진지하게 답변하려는 태도를 보여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뜻을 분명히 한 점은 성과로 꼽을 만하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일 양국이 납치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 실패함에 따라 임기 중 북한과의 수교를 매듭지으려는 고이즈미 총리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에서 일본은 실종자들에 대한 신속한 재조사를 촉구하면서 다음 회담을 9월에라도 열자고 제의했으나 북한은 “귀국 후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