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북 유화책’ 진짜일까

  • 입력 2004년 7월 20일 02시 39분


코멘트
‘미국의 대북 전략이 바뀐 것이냐. 아니면 대선용 전술적 변화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최근 대북 문제와 관련해 부쩍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한국 정부 내에선 이처럼 해석이 분분하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달 제3차 6자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것도 한국 해법안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었다.

9일 방한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얼마나 많은 것(대가)이 가능할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며 대북 ‘채찍’보다 ‘당근’을 강조했다.

최근 미국이 북한의 유엔 주재 박길연 대사와 한성렬 차석대사의 워싱턴 방문을 이례적으로 허용한 것도 대북 유화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핵 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꾸준한 대미 설득,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원칙 고수 등이 최근 미국의 대북 자세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11월 대선 전에라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선 “이런 변화는 대선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가 북핵 위협을 방치해 왔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술적 변화일 뿐”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부시 행정부의 최고위층에선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대화할 수 없는 독재자’란 인식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19일 방한한 존 볼턴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의 행보에 서울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 내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볼턴 차관이 3박4일간의 방한 일정 과정에서 쏟아내는 발언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대북 유화 자세가 전략인가, 전술인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