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공청회]주민들 "홍보처 설명 듣는것 같다"

  • 입력 2004년 7월 13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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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충북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신행정수도’ 건설 관련 전국순회공청회에서 방청객들이 발표내용을 듣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공청회도 전날 대전 공청회에 이어 정부 정책에 대한 홍보와 수도 이전 재검토 여론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청주=김동주기자
3일 오후 충북 청주 고인쇄박물관에서 열린 ‘신행정수도’ 건설 관련 전국순회공청회에서 방청객들이 발표내용을 듣고 있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공청회도 전날 대전 공청회에 이어 정부 정책에 대한 홍보와 수도 이전 재검토 여론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청주=김동주기자
12일 대전에 이어 13일 충북 청주의 고인쇄박물관 세미나실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전국 순회 공청회’가 열렸다.

수도 후보지 평가 결과가 발표된 후 두 번째로 열린 이날 공청회에서는 청주공항 확장, 도시별 전략산업 육성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주제발표와 토론에서는 전날에 이어 수도 이전 홍보와 이전 반대 여론에 대한 비판에 치우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후보지 평가 결과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공청회 취지가 무색하다는 불만도 방청객들 사이에서 나왔다.

▽수도 이전 반대 여론 성토장=13일 청주 공청회에서도 수도 이전 재검토 여론을 비판하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이원종 충북지사는 “수도 이전 반대세력이 급기야 헌법소원을 제출했다”며 “이는 국론을 분열시키는 지극히 소모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전날 대전 공청회에서는 심대평 충남지사가 “행정수도 이전 재검토는 지역감정과 국론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측이 선정한 토론자 중 일부도 수도 이전 재검토 여론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두영 청주경실련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서울 사람들만 호의호식해 왔다. 그걸 더 이상 못하니까 (수도 이전을) 반대하고 들고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고병호 청주대 교수는 “지금 반대세력이 조성한 대치국면에 휘말려 들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환영 공주대 교수는 12일 대전 공청회에서 “행정수도 이전 등 지방 분권을 위한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그만두고 내려오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청주 공청회에서 이혁규 청주교육대 교수는 “반대하는 분들 가운데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이나 명망가들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연구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견수렴보다 정책 홍보=청주 공청회 주제발표는 ‘상생과 도약’ ‘국가균형발전’ ‘신행정수도와 국가발전’ 등 정책 홍보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또 대전 공청회 때 발표한 내용을 발표자만 바뀌어 그대로 소개했다.

김형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은 “지역혁신 체계 구축을 위해 지역 혁신협의회를 구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원우 신행정수도추진단 입지환경국장은 “신행정수도 건설로 수도권 인구가 170만명 감소하는 등 수도권 인구 분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전 공청회 진행이 현장에 배포된 순서지와 다소 달랐던 것도 ‘홍보 위주 공청회’의 성격이 강했음을 보여준다.

이날 주제발표의 시작은 당초 예정에 없었던 안성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대전대 교수)의 ‘참여정부 지방분권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이었다. 이 주제발표 내용은 청주 공청회 때도 행사에 임박해 갑작스레 포함됐다.

▽방청객 반발도 잇따라=대전과 청주 등 충청권에서 열린 공청회였지만 방청객들 사이에 공청회 진행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대전 공청회에 참석한 중년 여성 방청객은 “다양한 주민 의견을 듣는 자리가 공청회”라며 “이럴 바에는 뭐 하러 공청회를 하느냐”고 말했다.

또 “국정홍보처 직원들의 얘기만 듣고 있는 것 같다”며 “행정수도 건립에 수십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지역주민만 죽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대전과 청주에 이어 앞으로 부산 광주 춘천 서울 대구 전주 등에서 순회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청주=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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