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민주화 인정' 논란

  • 입력 2004년 7월 2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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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전향을 거부하다 감옥에서 숨진 남파간첩 및 빨치산 출신의 비전향 장기수들의 행위를 ‘민주화운동의 일환’으로 인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는 1일 “헌법에서 보장한 사상 및 양심의 자유를 강요하는 것은 불법으로, 이에 맞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전향제도나 준법서약서 등 악법이 철폐된 것은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며 손윤구, 박융서, 최석기씨 등 비전향 장기수 3명을 '민주화인사'로 인정했다.

이는 지난 제1기 위원회가 “이들은 위법한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으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한 사회주의자로서 민주화운동과 연관성이 없다”며 내린 기각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

비전향 장기수 ‘의문사 인정’ 논란(POLL)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주의자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어떻게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며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면 “반인권적 사상전향 제도에 맞서 싸우다 희생된 사람들인 만큼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다.

2일 위원회 홈페이지(http://www.truthfinder.go.kr/index_ko.php)와 언론사 게시판에는 “빨치산 남파간첩을 민주화인사로 둔갑시켜 혈세를 지불하나?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가, 김정일의 이중대인가?”(이승만)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운동권이 판치는 세상, 우리 같은 서민들은 불안해서 살수 없다”(김창환) “서해교전 때 죽은 장병은 민주화투사에게 대항한 것이니 역적이란 말이냐?”(대한민국국민) “예전에 죽은 빨치산들도 민주화투사로 인정해 국립묘지에 안장하라”(무식이) 등등 비난 글이 쏟아졌다.

위원회 홈페이지는 폭주하는 네티즌들로 한때 접속이 마비되기도 했다.

지식인들도 논란에 가세하고 있다.

김동훈 국민대 법대학장은 “자유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이념인데도 빨치산의 북한체제 수호를 민주화로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아직 공산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국가보안법도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법 테두리 밖에 있던 사람을 유공자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조중근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차장도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한 사회주의자들이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인정함에 따라 국민 사이에 민주화에 대한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은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국가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전향하도록 한 반인권적·반민주적 제도에 맞서 저항하다 숨졌고 이들의 저항·희생이 민주화의 초석이 됐다는 점에서 소극적 의미의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 교수는 “현대사의 비극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의혹의 시선을 갖지 않을 수 없겠지만 어느 쪽이든 일방적인 비난이나 두둔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전쟁의 비극은 여전히 다 치유되지 않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이 문제는 이념을 넘어선 인권의 문제" 라면서“이처럼 예민한 사안일수록 오히려 공론의 장이 마련돼 세대 간, 집단 간 소통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닷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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