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경고’ 타깃은 여당?

  • 입력 2004년 6월 16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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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조용히 살자는 것 아니겠느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5일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을 향해 ‘국가 기강 문란’이라는 용어를 동원하며 경고한 데 대해 16일 열린우리당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이렇게 촌평했다.

이라크 파병, 북핵 문제, 경제 위기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논란에 검찰 총수가 직접 반발하고 나서는 것을 묵과할 대통령이 어디 있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열린우리당은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지적을 존중해야 한다”(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검찰이 양해해야 한다”(최재천·崔載千 의원)며 노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 ‘경고’의 또 다른 탄착점이 열린우리당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혁규(金爀珪) 총리 카드 불발부터 시작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 이라크 파병 반대 움직임,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의 ‘계급장 발언’ 등 일련의 당-청 갈등 사안에 대해 노 대통령의 잠재된 불만이 송 총장의 발언을 계기로 뒤섞여 폭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5일 노 대통령은 아파트 분양원가 논란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처리하라”며 냉기 어린 반응을 보였다.

이에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당이 결과적으로 청와대의 발목을 잡는 데 대해 대통령도 조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이 말한 ‘국가 기강 문란’은 넓게 해석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도 “의원 개개인이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15일 “대통령 덕에 의원된 사람들이…”라며 최근 당 내 상황에 포문을 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그동안 ‘마이 웨이’를 고집했던 초재선 의원 그룹 내에서도 자제론이 나오고 있다. 초선인 김영주(金榮珠) 의원은 “이제 제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재선의 오영식(吳泳食) 의원은 “모두 언행에 신중하고 논의가 필요한 것은 당내에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신기남(辛基南) 의장 등 당 지도부의 장악력이 약한 데다 수평적 당-청 관계라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가로놓여 있어 당-청 갈등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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