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탄핵방송 편파적” 보고서 받고 9일간 침묵

  • 입력 2004년 6월 11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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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盧成大)가 한국언론학회로부터 탄핵방송이 편향적이었다는 보고서를 받은 지 9일이 지나도록 공개하지 않은 데다 방송사에 대한 제재 결정도 미루고 있어 방송 3사 눈치 보기에 따른 직무유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위는 1일 언론학회로부터 보고서를 받았으나 10일 오후에야 보고서를 공개했다. 공개 과정도 언론사가 여러 차례 요구한 뒤에야 이뤄질 만큼 방송위는 보고서를 감추려한다는 인상을 줬다.

방송위는 “보고서를 사전에 배부하지 말고 언론사의 요구가 있으면 보내주라”고 내부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방송위가 주요일정을 사전에 공개하고 심의위가 끝난 뒤 회의 내용을 언론사에 전달해 온 그동안의 관행에 비해 이례적인 것이다.

방송위측은 “내부 행정절차를 밟다 보니 늦어졌다”고 해명했으나 언론학회로부터 “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느냐. 계속 미루면 우리가 직접 공개하겠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우룡(金寓龍)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개를 늦추면서 보고서의 내용을 조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탄핵방송에 대해 방송위가 제재 결정을 미루는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탄핵방송의 편파성을 심의하는 방송위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는 매주 수요일 정기회의를 갖지만 보고서를 받은 뒤 첫 수요일인 2일에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1주일이 지난 9일 회의에서 처음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이날도 “방송사의 의견을 들어보자”며 16일로 다시 미뤘다.

그러나 16일에도 제재 여부가 결론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방송위 주변에서 나온다.

방송사들이 언론학회 보고서의 지적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측은 “학회 보고서는 학문적 분석일 뿐이어서 방송사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보고서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듯한 입장을 비치고 있다.

정대철(鄭大澈)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탄핵방송 편파성 문제는 이미 오랫동안 검토해 온 문제이므로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결정을 자꾸 미룰수록 불필요한 오해를 살 뿐”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위는 탄핵방송의 편파성이 인정되면 방송심의규정에 따라 주의나 경고 등의 경징계를 비롯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해당 프로그램의 정정 및 중지 △방송편성 책임자 또는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의 징계 등 법정 제재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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