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너무 빠듯한 ‘자주국방 시간표’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44분


D-527일.

미국이 6일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1만2500여명을 2005년말까지 감축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국방부는 7일 실질적인 자주국방의 시계를 이같이 맞췄다.

한국군이 주한미군의 도움 없이 북한 장사정(長射程) 포의 융단 포격, 북한 지상군의 수도권 진격, 북한 특수부대의 해안 침투 등의 남침을 감당하기엔 527일은 너무 촉박한 시간이다.

▽안보 공백 메워지나=주한미군 감축 규모가 1만2500여명(전체 주한미군 병력의 32%)이라는 것은 전방 지역의 미 2사단 병력이 상당수 철수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 2사단은 △2개 전차대대와 1개 장갑차 대대로 이뤄진 1여단 △2개 공중강습대대와 1개 장갑차대대로 이뤄진 2여단 △아파치헬기 등을 보유한 항공여단 △다연장 로켓포와 155mm자주포로 무장한 포병여단 △통신 병참 등의 지원여단으로 구성돼 있다.

미 2사단의 첫 임무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북한 장사정포의 진지를 공격하는 것이다. 북의 포(砲)진지에 대한 정찰 및 정밀타격 능력은 주한미군이 가진 첨단작전정보시스템(C4I) 덕분에 가능하다.

한국군은 2006년경 C4I시스템 및 운용기술을 주한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을 예정이지만 C4I시스템을 야전부대와 조화시키려면 몇 년이 더 필요하다.

2사단은 또 북한군이 한미연합군의 저지로 전쟁 발발 5∼7일 이후 진격을 더 하지 못할 때 의정부-문산 축선에서 곧장 적진으로 뚫고 들어가 평양까지 진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2사단이 공중강습대대와 기갑부대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군은 현재 전방의 2, 3개 보병사단을 기계화사단으로 개편하고 있지만 내년 말까지 이를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세계 최강 미군으로 꼽히는 2사단의 훈련 및 전력운용 수준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로 올해 시작한 ‘미래형 보병사단 개편 연구’는 2009년에야 야전에 적용된다.

이밖에 항공여단이 철수할 경우 아파치헬기가 반드시 필요한 북 특수부대의 침투 저지와 적진으로의 상륙작전 등이 불가능해진다.

현재 국방부는 해병대 부대 구조를 더욱 신속한 상륙작전이 가능하도록 개편하고 있지만 해병대 병력을 실어 나를 대형 수송함은 2007년, 이들을 공중 지원할 한국형 다목적헬기는 2013년 이후 생산된다.

▽전력증강사업 앞당겨야=미국은 현재 주한미군 감축의 대가로 2006년까지 110억달러(약 12조7400억원) 규모의 주한미군 전력증강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군사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전력증강사업에서 거론되는 무기들이 한국에 남을 주한미군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찰스 캠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병력 감축 후 남는 미군으로 △미사일 방어부대 △전쟁대비물자보호병력 △정보통신병력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대북 억지력의 핵심인 대응 공격부대는 소수에 그칠 것이고 110억달러 전력증강사업도 주한미군의 공격력보다는 정보력 및 방어력 증가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현재 국방부가 추진 중인 중장기 전력증강사업의 일정을 앞당기기도 쉽지 않다. 군사기술력의 부족으로 대부분 전력증강사업을 해외 군수업체와 같이 추진하고 있어 마음대로 앞당기기 어렵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한국군의 전력증강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전력을 도입하려면 물리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있다”며 “이를 운영할 인력도 짧은 시간에 육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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