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편집장 탄핵 관련 글 全文

  • 입력 2004년 5월 14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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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죄인정-정상참작]의 憲裁 결정을 보고 -

헌법재판소의 오늘 결정으로 몇 가지 쟁점이 해결되었고 새로운 쟁점이 만들어졌다.

1. 헌재는 盧武鉉 대통령의 헌법 위반 행위를 인정했다. 선거법상의 공무원 중립의무 위반은 물론이고 중앙선관위 결정에 대한 불복, 그리고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도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했다. 사법기관이 현직 대통령의 행위에 대해서 헌법에 위반했다는 결정을 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부분이 이번 헌재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거론될 것이다.

2. 헌재는 또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 하자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3. 따라서 국회의 盧武鉉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을 위법이니 쿠데타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의 행동은 부당한 것임이 사법적으로 확인되었다. 국회의 소추 의결 행위는 정당했다. 국민의 代議 기관이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헌법 재판소에 일종의 고발을 한 행위는 국민 국익 헌법에 대한 국회의 의무를 다한 것이다. 이를 비난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오히려 국회가 대통령의 헌법행위를 발견하고도 아무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야말로 헌법정신에 위배된 행위를 한 것으로 규탄받았어야 한다.

4. 헌법재판소는 그럼에도 이 정도의 헌법위반으로는 직접선거로써 뽑은 대통령을 파면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이 결정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최대의 쟁점은 이 [정도]의 문제일 것이다.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은 있을 수 없지만 찬반 비판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성숙을 위해서 권장해야 할 사안이다.

5. 헌재의 결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盧대통령의 헌법위반 사실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정리하면 대강 이렇다.

<열린당에 입당도 하지 않은 사람이 왜 자신을 대통령으로 밀어준 민주당을 깨고 나온 열린당 지지 의견을 공표하여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는가.

더구나 이에 대한 선관위의 경고에 대해서 불복한 자세를 보인 것이야말로 국헌수호의 의무를 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위법행위이다.

헌법에도 없는 재신임 국민투표안을 제안하여 국가를 혼란에 빠뜨린 행위도 처벌이 불가능하다면 대통령의 사소한 법률 위반은 허용되는 것인가.

국회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탄핵소추안은 그것으로써 대통령의 법률 위반 행위는 중대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인데 중대성에 대해서 헌재가 별도로 판단한다면 국회의 의결이 갖는 무게는 없다는 말인가. 결국 유죄는 인정하되 정상은 참작한다는 결정인데 과연 헌재가 정상 참작의 권한이 있는가>

6. 여기서 違背와 違反의 의미 차이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 헌법 65조는 '대통령 등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違背란 말이 違反보다는 덜 엄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 중대하고 명백한 헌법 및 법률위반이 아니더라도 헌법과 법률의 정신이나 원칙을 위배한 행위, 즉 중대하지 않은 행위까지도 탄핵소추 대상으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이는 공직자를 탄핵(파면)하는 결정의 기준이 사소하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7. 헌재가 소수의견을 비공개로 하고 9명의 재판관들 중 몇 사람이 탄핵에 반대, 찬성했는지를 밝히지 않기로 한 것은 앞으로도 많은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1996년 헌재가 큰 쟁점이 되었던 5.18 특별법 의 위헌 여부 심사 때 5(위헌) 대 4(합헌)로 위헌이 아니란 결정(위헌 결정은 재판관 3분의 2 이상으로 내린다)을 내릴 때도 소수의견과 판사들의 이름이 공개되었다. 마지막에 합헌쪽으로 선회한 한 헌법재판관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이와는 좀 다른 경우이지만 1981년에 대법원은 계엄령하에서도 朴正熙 대통령 시해범 金載圭에 대한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하면서 소수의견(내란 목적의 살인이 아니란 취지)과 그 재판관들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소수의견 표명 대법관들은 그 뒤 곤욕을 치렀다.

8. 대통령 탄핵 재판이란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대해서 국민들은 한 점의 의혹이나 의문도 갖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헌재 결정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굳이 소수의견과 재판관들 이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헌재의 결정은 여러 가지 불필요한 추측과 의혹을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다. 공개재판이라고 해도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의 토론까지는 공개할 필요가 없으나 결론을 법적으로 성립시킨 핵심 요소들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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