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혼탁 및 백태종합

  • 입력 2004년 4월 13일 17시 11분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박빙의 경합 지역에서는 후보 간에 비방폭로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우세가 뚜렷해진 일부 후보들은 혹시 작은 흠이라도 잡힐까 몸사리기에 들어가는 등 선거구마다, 후보마다 선거양태가 엇갈리고 있다.

▽비방 폭로 전 = 전남 해남-진도에선 민주당 이정일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3명의 선거벽보가 찢겨져 나가거나 붉은 색 스프레이로 'X'자를 그리는 등의 사태가 이어져 그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후보들 간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 후보 측은 "벽보 훼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호2번 민주당 이정일 후보 사무실입니다'라고 말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일도 빈발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 후보측은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조직적인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며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민병초 후보도 자신의 선거벽보가 훼손된 데 대한 조사를 선관위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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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 "15일 오후 9시경 당선자 확정"

안양 동안을의 한나라당 심재철 후보 측은 13일 선거구 내에 심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이 수천 통 뿌려졌다며 CCTV에 나타난 용의자 화면 등을 토대로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 측은 또 "선거기간 내내 심 후보의 홈페이지에 심 후보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아이피를 조회해보니 열린우리당 쪽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열린우리당 측은 "터무니 없는 모함"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중구의 열린우리당 정호준 후보 측은 "한나라당 박성범 후보가 선거유인물의 절반 이상을 할애 '정 후보가 할아버지 정일형 박사, 아버지 정대철 의원에 3대 세습정치를 하려 한다'며 비난공세에 몰두하고 있다"며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남 남해-하동에선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가 "5선을 시켜주면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한데 맞서 열린우리당 김두관 후보가 "8년 안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하는 등 '한술 더 뜨기'식의 공세가 오가고 있다.

▽몸사리기 = 대전 서갑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열린우리당 박병석 후보가 시민단체 토론회에 불참한 것을 두고 여타 후보들이 "유권자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이강철 후보는 "현역의원인 박 후보가 자신의 얼굴은 이미 알릴만큼 알렸으니 조용히 있는 게 최상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힐난했다.

충남 논산-계룡-금산 선거구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양승숙 후보도 TV토론회에 잇따라 불참하고 있는 케이스. 양 후보는 9일 대전 MBC 토론회에는 '참가확약서'를 보내놓고도 "대통령 탄핵 가결에 참여한 한나라당과 자민련 후보와 함께 토론회를 벌이는 것은 지역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이유로 불참해 토론회가 파행됐다.

서울 서대문갑 열린우리당 우상호 후보는 "'우 후보가 교통사고를 냈다', '20만원짜리 어깨띠를 하고 다닌다' 는 등의 유언비어가 떠돌지만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을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는 "모 당 선거운동원이 우리 측 선거운동원을 폭행했으나 굳이 문제 삼지 않으려한다.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킬까 두렵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을의 한나라당 한선교 후보는 운동원들에게 "실수만 없으면 당선"이라며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예 근처도 가지 마라"고 매일 교육하고 있다.

▽여론조사 빙자 전화 비방 = 서울 노원병 열린우리당 임채정 후보 측 관계자는 "3일 전부터 누군가가 전화 여론조사를 사칭해 '열린우리당이 잡탕 정당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열린우리당이 노인 폄훼 정당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등 악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후보 측은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특정 후보를 거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속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답답해 했다.

대전 유성구 신성동 대림아파트 가모씨(42)는 "20대 여성이 여론조사를 한다며 전화를 해와 '00당 후보가 충남대 근처에 러브호텔 짓는 것을 찬성하는데 집 앞에 러브호텔이 들어선다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후보 비방 전화부대가 틀림없다"고 본사에 제보해왔다. 대전 서구 둔산동 샘머리아파트에 사는 명모씨(37)도 "A후보가 재산이 22억인데도 체납액이 2000만원인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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