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긴장고조]한다면 한다 VS 할테면 하라

  • 입력 2004년 3월 7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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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왼쪽)는 7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강행에서 물러나 노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서영수기자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왼쪽)는 7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강행에서 물러나 노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서영수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야당 지도부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거듭 요구하면서도 탄핵 발의를 위한 세 결집에 돌입했고, 여권은 “탄핵 공세는 총선용 정략”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여야간 공방은 4·15 총선을 겨냥한 주도권 잡기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언제 ‘검(劍)’을 뽑아들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다.》

▼한나라당 “원칙 불변” 당내결속 다지기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탄핵 추진은 변함없는 원칙”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홍 총무는 노 대통령의 ‘퇴로’를 남겨 두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위법을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라”고 요구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여기엔 탄핵 표결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깔려 있다.

현재로선 탄핵 표결 성사를 위한 세 규합이 여의치 않은 데다 시중 여론의 미묘한 움직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실제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지난 주말 여론조사에선 ‘탄핵 찬성’ 응답이 ‘탄핵 반대’보다 적게 나와 당 지도부가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탄핵 발의’를 강행할 가능성에 점차 힘이 더 실리는 분위기다.

탄핵 공세가 결국 친노(親盧)-반노(反盧) 대결구도를 부각시켜 ‘노무현 정권 심판론’의 불씨를 지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지금은 부정적이지만 당내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과 공천에 탈락한 중진들도 결국에는 탄핵 찬성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계산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탄핵안은 결국 발의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의 실력 저지로 탄핵안 표결이 무산되더라도 탄핵 공세의 정치적 효과는 거두는 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왼쪽)가 7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한 탄핵안 발의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민주당 “발의 문제없다” 고삐 당기기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국회에서 탄핵을 위한 헌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데 청와대가 오만불손하게 나오는 것은 또 하나의 탄핵 사유”라며 탄핵 불사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탄핵안 발의에 필요한 과반수 의원의 서명을 받기 위해 한나라당과의 협조를 강화하는 한편 자민련 및 무소속 의원들과의 비공식 접촉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유용태(劉容泰) 원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 홍 총무와 수시로 연락을 하고 있는데 발의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에 대해 한나라당내에서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실제 탄핵안 발의는 하루 이틀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영환(金榮煥) 상임중앙위원도 “민주당은 준비가 끝났지만 한나라당과 무소속 의원들과의 협조 등이 남아 있어 시기는 조정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탄핵 공세의 불길을 살리기 위해 임시국회 회기 연장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앞줄 왼쪽)은 7일 “자멸의 악수가 될 것”이라며 야당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연합

▼청와대-열린우리당 “총선용 전략” 야당에 대반격

열린우리당은 7일 당내 인사 50여명을 총동원해 릴레이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의 탄핵 공세를 맞받아치기 시작했다.

민생경제추진본부 정덕구(鄭德龜) 본부장 등 경제전문가 18명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 발의는 우리 경제를 회복 불능의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국가를 팔아 자신이 살겠다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홍재형(洪在馨) 의원도 “탄핵으로 정치적 불안이 확대되면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이 직접 대응에는 나서지 않은 채 6일 오후 대통령비서실이 전면에 나서 “야권의 탄핵 공조는 헌정 질서를 중단시키고 나라와 국민을 불안으로 몰아넣으려는 총선용 정략”이라고 규정했다.

여권의 강경대응의 이면에는 설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수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야권의 탄핵 공세를 역이용해 ‘야당=반(反)국익 집단’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7일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한 핵심 관계자는 “탄핵 발의를 위한 명분 축적용이라면 응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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