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主敵 포기하면 北 위협 없어지나

  • 입력 2004년 3월 7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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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정책 구상 발표를 계기로 ‘주적 개념’을 재검토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현재의 안보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 북한이 어떤 상대인지는 현실적 위협의 존재 유무에 의해 판단해야 한다.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언급하는 대목을 삭제한다고 해서 북의 위협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왜 논란을 무릅쓰고까지 재검토를 추진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안보상황 변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최근 남북 관계는 우리가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한 대비태세를 일방적으로 완화할 정도로 호전됐다고 볼 수 없다. 세계적 추세를 거론하지만 우리는 남북이 분단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남북은 여전히 정전(停戰)상태에 있으며 서해에서는 1999년과 2002년 두 차례나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북한의 핵개발은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참여해 해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는 중대한 위협이다. 북한은 적화통일노선을 유지하면서 모든 일에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주적 개념 삭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정부의 판단은 국민의 의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칫하면 국민의 안보관을 오도하고, 친북 좌경 세력을 고무해 혼란을 자초하는 이중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주적 개념은 북한이 실질적으로 변한 뒤에 재검토해도 늦지 않다. 그보다는 남북 접촉을 군사 분야로 확대해 북한의 군사위협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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