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美-北 대치로 난기류

  • 입력 2004년 2월 27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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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2차 6자회담이 북한의 농축우라늄(HEU) 핵개발 프로그램의 폐기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대치로 인해 난기류에 휩싸였다.

27일 새벽 미국 대표단의 숙소인 중국 베이징(北京)시내 국제구락부 호텔 로비에서 만난 미국 대표단원 A씨는 "회담은 비관적(pessimistic)"이라고 분위기를 공개했다. 또다른 단원인 B씨는 "회담이 깨질(fail) 수도 있느냐"는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럴 수 있다"는 말만 남기고 발걸음을 돌렸다.

미국은 6개국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이런 반응은 '선한 중재자' 역할을 맡아 온 한국과 중국 정부가 전달한 회담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실제로 회담장 주변에선 26일 오후 "북한이 핵 포기를 전제로 핵 활동을 동결하면 중유를 제공하자"는 한국의 제안이 사실상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상 징후는 26일 밤 주 중국 북한 대사관이 미국을 비난하는 돌출 기자회견을 열면서 처음 감지됐다. 그러나 주요 언론은 회담에 거는 기대감과 한중 양국의 설명을 바탕으로 북한의 회담전술 정도로 의미를 축소해 보도했다.

북한과 미국의 좁힐 수 없는 시각차와 불신은 회담진척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두 나라는 회담 내내 핵심쟁점인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개발했느냐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대표단의 A씨는 이와 관련 "여러 곳에서 입수한 상당한 (우라늄 핵 관련)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양자 접촉을 통해 북한을 압박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북한은 여전히 "증거를 대라"며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이어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북한이 전면적인 핵 활동 중단을 제안했다'는 설명도 오해하기 십상이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우라늄 핵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은 어떻게든 회담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중유 제공 사실상 합의' 부분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정부는 26일 "중국 러시아는 에너지 제공에 동참의사를 밝혔고, 미국 일본은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본측에선 "이해와 지지는 외교적 수사(修辭)일 뿐, 미일관계나 일본 여론을 고려할 때 일본이 동의할리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절충안으로 제시한 "우라늄 핵 문제는 '모든 핵'을 동결한다는 표현으로 넘어간다"는 전략도 난관에 부닥쳤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북한이 입맛대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미국이 동의해 주겠느냐"며 근본적인 의문을 표시했다.

서울과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번 회담은 중국의 역할에 성패가 달렸다는데 입을 모았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북한핵 해결 등 선언적인 표현을 공동합의문에 담고, 다음에 만날 워킹그룹(실무) 회의를 약속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전했다.

베이징=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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