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파병안 진통]농촌의원 “공개투표하자” 버티기

  • 입력 2004년 2월 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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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지역구 의원들은 9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본회의 처리에 앞서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이정일(李正一) 의원 등 20여명의 여야 농촌 지역구 의원들은 이날 오전 별도의 모임을 갖고 ‘공개 기명투표시에는 물리적 저지를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지난달 8일 물리적 저지에 나섰던 때보다는 다소 유연해진 분위기였다.

모임에서 농민단체들은 의원들에게 “FTA 처리를 17대 국회로 넘겨 달라”고 요구했으나 의원들은 “최선안은 처리를 막는 것이지만 분위기상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며 “차선책으로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현실론을 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규택 의원은 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명투표 방식으로 할 경우 의원들이 심리적 압박을 받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비공개 무기명투표를 하면 물리적 저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농촌 지역구 의원들은 기명투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내용의 ‘FTA 공개투표 요구서’를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이 요구서에는 의원 59명이 서명했다.

그럼에도 농촌 지역구 의원들의 태도에서 물리 저지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는 엿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선을 다했다’는 기록용 발언이 아니냐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실제 열린우리당은 이날 FTA에 대한 비공개투표 방침을 당론으로 정했고,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도 이날 비공개 비밀투표 추진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국회법은 인사(人事)에 관한 안건이나 국회의원 5분의 1 이상 요구시 비공개투표를 할 수도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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