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안기부 돈` 제공說]총선 정국 ‘安風’ 왜 다시 부나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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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풍 사건과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한나라당 의원)에게 직접 문제의 돈을 건넸다는 주장이 나왔다. 왼쪽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 강삼재 의원,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 -동아일보 자료사진
안풍 사건과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강삼재 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한나라당 의원)에게 직접 문제의 돈을 건넸다는 주장이 나왔다. 왼쪽부터 김영삼 전 대통령, 강삼재 의원,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정인봉 변호사. -동아일보 자료사진
‘안풍’(安風·15대 총선 당시 안기부자금의 신한국당 총선자금 전용 의혹 사건)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안풍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의 변호인인 정인봉(鄭寅鳳) 변호사가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문제가 된 돈을 당시 사무총장이던 강 의원에게 직접 줬다”며 YS의 증인 신청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반면 YS측과 강 의원은 자금 전달에 관해 부인 또는 함구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YS가 강의원에게 직접 줬다.”=정 변호사는 이날 “30여차례 변론을 하면서 확인한 각종 기록과 진술을 종합한 결과 YS가 강 의원에게 ‘안풍’ 자금을 직접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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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安風 YS제공說 조사계획 없다"

그는 이어 “강 의원은 ‘청와대에서 당무보고를 마친 뒤 아무 말 없이 주면 받아왔다’고 답했다”며 “강 의원은 이 돈을 경남종금 서울지점의 차명계좌 2곳에 입금해 놓고 당 운영비와 총선 지원금으로 집행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강 의원이 ‘억울하지만 죽어도 (진상을) 밝힐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의리를 지킬 사람이 YS밖에 더 있겠느냐”며 “증거를 밝힐 수는 없지만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 의원이 돈의 성격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무혐의라고 주장했다.

▽긴장하는 상도동=YS는 평소처럼 상도동 자택 근처에서 배드민턴을 친 뒤 돌아와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을 보고받았으나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YS의 대변인 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지 않느냐”며 “사건 자체가 정치적 보복인 만큼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도동측은 YS의 법정 출두라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반응과 재판 전망=한편 검찰은 사건 당사자인 강 의원과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직접 진술이 없는 한 추가 조사를 벌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수부장은 “정 변호사의 주장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당사자인 강 의원의 진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단과 한나라당은 사건의 쟁점화를 시도할 태세다. 검찰의 ‘안기부 예산’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당시 그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었다”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것.

우선 변호인단은 국가정보원(옛 안기부)은 지난해 국회 정보위에서 “문제가 된 돈은 안기부 예산이 아니다”라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밝힌 대목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6일 공판에 엄삼탁(嚴三鐸) 전 안기부 기조실장이 증인으로 나와 당시 안기부 예산 가운데 총선 지원금으로 쓰일 만한 불용액은 없었다며 검찰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배경은 없나?=정 변호사의 회견 내용은 정치권에선 이미 ‘공지의 사실’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사석에서 여러 차례 이 사실을 거론해 왔다. 한 고위당직자는 최근 기자에게 “YS가 강 의원에게 돈을 직접 줬지만 강 의원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에서 정 변호사가 YS를 지목하고 나선 배경엔 16일로 임박한 안풍 사건의 항소심 공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를 다루는 마지막 절차인 항소심에서 강 의원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더 이상 진상을 규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난해 9월 23일 1심 판결에서 강 의원에 대해 징역 4년, 추징금 731억원을 선고했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변호사의 이날 회견이 한나라당과의 사전 교감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이번 재판을 통해 한나라당이 ‘국고횡령 정당’이란 멍에를 벗어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이번 재판에 직접 개입하진 않을 태세다. YS와의 ‘불편한 관계’를 피하기 위해서다. 대신 한나라당은 “이제 강 의원이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며 ‘우회전략’을 택했다. 이날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이 이를 위해 서명 작업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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