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씨 “盧 부탁으로 용인땅 매입”…“경매넘겨질때 요청”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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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002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에게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李基明)씨의 용인 땅을 매입해 줄 것을 직접 부탁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씨의 땅을 위장매매하는 방식으로 노 대통령측에 1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 회장은 13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경선 때 노 대통령이 직접 내게 용인 땅을 매입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에 연루돼 이날 함께 재판을 받은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安熙正)씨도 “경선 때 장수천 빚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에 참여했던 이씨의 용인 땅이 경매에 부쳐질 상황에 처하자 노 대통령이 ‘강 회장에게 직접 얘기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또 강 회장은 “그냥 주고 싶지만 (야당에서 시비를 걸 것 같아) 합법적이고 근거만 있으면 이씨 땅을 사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타인 명의로 설정된 가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점 △계약 해지 후에도 이씨에게 4억원을 준 점 등을 들어 용인 땅 거래가 위장 매매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강 회장은 “이왕 도와주는 거 (용인 땅에 설정된) 압류를 풀라고 깨끗이 4억원을 줬다”면서 “노 대통령 당선 후 주위 사람들이 ‘땡잡았다’ 운운하는 데다 이씨도 땅을 돌려주길 바라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안씨는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을 통해 받은 썬앤문그룹의 돈 1억원에 대해 “돈의 성격은 판단하지 않았고 (돈이) 들어왔기 때문에 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 회장에게 준 20억여원에 대해 “용인 땅 매매대금을 갚은 것이 아니라 살림살이하는 사람으로서 ‘예비식량’으로 맡겨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안씨가 대표로 있던 생수판매회사 ‘오아시스 워터’ 사무실이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 회장 소유 건물에 있었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재판이 진행중인 만큼 어떤 사안이든 사법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재판과정에서 나온 얘기에 일일이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 회장의 조세포탈 및 배임 사건과 용인 땅 매매 사건을 병합해 심리키로 했다. 다음 공판은 27일 오전 11시.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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