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대통령과 함께 포르노를?"

  • 입력 2004년 1월 2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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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K모(53·서울시 종로구)씨는 2일 새해 첫날 출근하자마자 습관처럼 이메일을 확인하다 기분 나쁘고 황당한 경험을 했다.

K씨는 보낸 사람이 ‘노무현’, 제목은 ‘보다나은 2004년 맛으시길’로 돼있는 철자법조차 틀린 신년인사 이메일을 발견했다.

그는 ‘대통령이 무작위로 국민들에게 신년인사 이메일을 보냈나보다, 그런데 왜 철자법이 틀렸지?’라며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큰 의심 없이 이메일을 열었다.

그러나 곧바로 ‘69×××.com'이라는 성인 포르노사이트로 연결돼 얼굴이 화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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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J모(40)씨도 같은 메일을 받고 새해 첫날부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이날 K씨와 J씨 외에도 수많은 네티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새해인사를 가장한 포르노사이트 스팸 메일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J씨는 “아무리 장사속이라지만 포르노 사이트 홍보에 대통령 이름까지 써먹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영대 비서관도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이미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면서 “어떻게 대통령의 이름으로 음란사이트를 홍보하려고 생각했는지 어이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음란메일을 보낸 자체가 위법이어서 명예훼손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보낸 사람의 이름이 직함을 뺀 채 그냥‘노무현’이라고만 돼 있어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양근홍계장은 “과거 눈길을 끌기 위해 유명연예인이나 저명인사 이름으로 스팸 메일을 보내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대통령 이름까지 도용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현재 메일을 보낸 사람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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