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재정국장 3代연속 수난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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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현(李載賢) 전 재정국장이 27일 참고인이 아닌 ‘피내사자’ 신분으로 대검 중수부에 출두하면서 한나라당이 3대에 걸친 재정국장 수난시대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처음 사법 처리된 재정국장은 1996년 15대 총선 때 재정국장을 맡았던 조익현(曺益鉉) 전 의원. 그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자금 전용의혹 사건(안풍사건)’으로 2001년 1월 출국 금지된 뒤 도피생활을 하다가 올 4월 검찰에 체포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15대 총선에서 전국구 후(後)순위를 배정받은 뒤 98년 의원직을 승계했으나 안풍 사건이 터지면서 법정에 서게 됐다.

97년 대통령 선거 때 한나라당 재정국장이었던 김태원(金台原)씨는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세풍 사건)’으로 99년 7월 구속됐다. 사건발생 5년 만인 올 8월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98년부터 재정국장을 5년간 맡았던 이재현 전 국장은 지난해 대선 당시 SK그룹의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검찰에 출두하는 신세가 됐다. 이 전 국장은 96년 총선 때 강삼재(姜三載) 당시 사무총장의 보좌역을 맡았던 탓에 안풍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 같은 재정국장들의 수난을 보는 한나라당 안팎의 시각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당내에선 “97년 대선 이후 야당으로 전락한 뒤 재정국장이 연속으로 3명이나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야당탄압의 단적인 사례”라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정당의 재정국장이 문제된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당 밖에선 한나라당이 권위주의 정부시절부터 ‘조직력과 자금력에 의존한 선거’를 계속해오며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한 결과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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