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씨 회견 각계반응]“여러차례 말바꾸기 비난 받아야”

  • 입력 2003년 10월 2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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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재독학자 송두율(宋斗律)씨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보수, 진보단체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보수단체는 “송씨의 해명이 그가 받고 있는 구체적 혐의를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쪽이었고, 진보단체는 “양쪽의 견해차가 큰 만큼 좀 더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송씨가 입국 이후 여러 번 말을 바꾼 사실은 비난받아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연대’ 최병일(崔炳鎰) 사무총장은 “노동당 입당이나 남한 내 친북인사 입북권유문제 등에 있어 말 바꾸기를 계속하는 송씨의 모습은 타인에게 신뢰를 주고 지적인 일관성을 갖춰야 할 지식인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북핵저지 시민연대’ 박찬성(朴讚星) 대표는 “송씨가 항상 강조한 ‘경계인’이 그런 식으로 필요에 따라 말을 뒤집는 기회주의적 인간형을 뜻하는 것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 김영만(金永滿) 상임대표는 “분단체제 속에서 이상한 일이 많이 있었는데 기왕에 송씨가 국가정보원 조사와 기자회견에서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할 바에는 명망 있는 학자로서 사전에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편이 나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민중연대 정용준(鄭用畯) 자주평화국장은 “언론에서 국정원 조사 결과만 너무 부풀려 보도했다”며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국정원의) 객관적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또 “해외에서 수십년 만에 귀국한 민주인사들을 국가보안법이라는 잣대로 처벌하는 것은 해외인사에 대한 규제를 풀고 귀국을 허락한 취지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여중생 범대위 김종일(金鐘一) 집행위원장은 “우리민족사의 비극의 일단을 송씨의 회견을 통해 본 것 같아 착잡하다”며 “또 송씨의 인생역정이 남북분단의 반영이고 분단과 독재정권의 희생양인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검 고위 관계자는 “송씨의 주장대로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정치국 후보위원이 됐다는 사실을 나중에라도 알았다면 적극적으로 그만둔다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 남북한의 ‘경계인’이라고 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송씨가 어떻게 해명을 하든 처리 문제는 조사가 끝나야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송씨의 기자회견은 검찰 조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기념사업회 "사회적 혼란 송구"▼

재독 학자 송두율씨를 초청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일 “행사의 주최측으로서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박형규 이사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기념사업회 나병식 상임이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기념사업회는 “송 교수가 한국 사법 절차를 몰랐다고는 하나 우리한테까지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송 교수는 (국가정보원 조사결과에 대해) 당혹스러워했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또 “송 교수의 입국 10일 전쯤 독일에 찾아갔을 때도 그는 자신의 결백을 역설하고 있었기에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기념사업회는 송씨의 입국 경위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간접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얘기를 들었고 정부 관계자 몇 명에게도 의견을 구했다”며 “송 교수에게도 사법적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를 감수해야 들어올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해명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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