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거론 파장

  • 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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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광복절 경축사 내용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5일 직접 집필한 제5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주국방’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노 대통령이 자주국방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데 대해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꾸준히 거론해왔지만, 미국의 세계안보전략 변화에 따라 한번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독립기념일의 의미를 띠고 있는 광복절을 계기로 노 대통령이 이에 관한 구상을 밝히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10년 안에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은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철수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군이 갖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라는 예민한 사안까지 거론해 한미간에 미묘한 파장도 예상된다.

그런 탓에 노 대통령은 경축사 내용이 사전에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 유지를 각별히 지시했고, 이날 청와대측은 확대해석을 피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희상(金熙相) 대통령국방보좌관은 “10년이면 긴 시간이다. 작전권 회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또 “그나저나 국방예산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말해 실제 이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국방비를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이는 경제 성장 속도나 다른 사회복지 비용의 규모와도 연관이 있어 재원확보 문제가 노 대통령 자주국방 구상에 최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날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즉각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이날 “‘자주국방’은 단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북핵 문제로 안보위기 상황인 단계에서 미군 재배치 등에 대한 말을 경축사에서 한 것은 국민의 안보위기 인식을 느슨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등과 같은 획기적인 대북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북핵 문제가 현안으로 걸려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제안도 현실성이 없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2만달러 시대 열려면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는 최근 바닥을 면치 못하는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경제의 성공 없이는 다른 성공도 어렵다”며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취임 이후 줄곧 강조했던 ‘분배 우선’의 뉘앙스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경축사 중 경제 분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최상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달성 목표. 노 대통령은 구체적인 달성 기간도 10년으로 못 박았다.

2002년 현재 1만13달러인 1인당 국민소득이 10년 안에 배로 뛰어 2만달러가 되기 위해서는 연 평균 7%의 명목 경제성장률을 이어가야 한다. 환율이 현재 달러당 1200원 수준에서 변하지 않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평균 2.5%로 안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명목 성장률에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 성장률은 10년간 평균 4.5%를 유지해야 한다. 당장 올해 실질 성장률이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로도 3%대 중반에 그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리 쉽지 않은 목표다.

한진희(韓震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970년대 이후 경제성장 과정을 보면 10년 안에 2만달러를 달성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면서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매년 2% 가까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법과 원칙’의 확립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조동근(趙東根)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성장 동력(動力)을 가진 기업 등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라며 “정부가 나서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뒤섞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일이 없으면 국민소득 2만달러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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