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인척 의혹 집권 초에 정리해야

  • 입력 2003년 5월 2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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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에 관한 의혹이 연일 불거져 나와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정부에서 과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정부의 임기 말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청와대 일각에서 언론이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으나 언론더러 제일의 사명인 권력형 비리의 추궁과 감시를 소홀히 해 달라는 주문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이 속 시원한 해명을 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는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씨가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땅에 대한 가압류를 풀어준 자금 출처에 대해 대선자금 잔여금이라는 의문이 제기됐으나 이씨 쪽에서 제대로 된 해명이 한번도 없었다. 몇 차례 해명을 한다고 했으나 매번 말이 바뀌고 사리에 맞지 않아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법원이 노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그가 정치자금 3억9000만원의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씨가 누구의 대리인이고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가에 관해 검찰이 수사를 더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벽에 부닥친 것처럼 안씨 선에서 멈추어 한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헌법상 검찰이 대통령을 소추할 수 없어 그렇게 된 것이라면 노 대통령이 더 이상 침묵을 지켜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재판 계류 중인 사건에 영향을 미칠 우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기 어렵다고 밝혔으나 설득력이 별로 없다. 안씨가 전달한 정치자금의 종착역과 용처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정치적 부담을 더는 길이다.

집권 초에 친인척과 측근 그리고 스스로의 문제를 법적 정치적으로 깨끗하게 정리하고 지나가는 것이 갓 출범한 정권의 순항을 위해 유익하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초기에 아들 및 측근에 관한 의혹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더라면 두 전직 대통령이 임기 말에 치욕을 당하지 않았으리라는 점에서 노 대통령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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