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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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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평씨 등 연대보증인들이 1년반가량 밀려 있던 빚 26억원과 이자 등 30억원을 어떤 자금을 동원해 갚았는지, 연대보증인 외에 다른 도움을 받은 것은 없는지 등이 의문이다.
이와 함께 건평씨는 가압류 당하기 직전 소유토지 중 공시지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땅 300여평을 친지 이름으로 명의이전한 것으로 나타나 가압류 회피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가압류와 해제과정=한국리스여신 김주열 리스관리부장은 21일 “연대보증인으로부터 대출 원리금을 회수함에 따라 가압류를 해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원금 26억원과 1년6개월치 이자를 합산한 총 변제금액은 3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금은 건평씨와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씨 두 사람이 지난해 가을과 올 2월 두 차례에 걸쳐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21일 “건평씨는 김해시 진영읍 땅을 매각해 장수천의 빚을 갚았고, 나머지는 이씨가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건평씨가 진영 땅을 경매한 시점은 2001년 4월(낙찰액 12억100만원)로 한국리스여신의 빚을 갚기 1년 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땅은 건평씨 외에 O, S씨 등 3인의 공동명의로 된 것이어서 건평씨가 낙찰금 전액을 빚 갚기에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남는다. 따라서 빚 30억원의 대부분을 건평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갚았을 가능성도 크다.
생수회사인 장수천은 시설재 구입을 위해 26억원을 옛 서울리스(옛 서울은행이 대주주)에서 빌렸으나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으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증에 나선 사람들은 건평씨와 이씨 등 6명이다. 이씨는 21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으로서 재산을 갖고 있으면 보증을 서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옛 서울리스는 장수천이 빚을 갚지 못하자 2000년 8월 연대보증을 선 건평씨와 이씨 등 2명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는 지난해 9월 장수천 문제가 정치쟁점화되자 “융자받을 때 보증을 선 이씨는 경기 용인 땅 12만평이 가압류됐다”고 말한 바 있다.
▽가압류 전 명의이전 의혹=연대보증 때문에 가압류되기 전 건평씨가 자신의 땅 일부를 처남 민모씨(40)에게 대거 명의이전한 것과 관련해 ‘가압류를 피하기 위한 명의이전’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가압류된 건평씨의 토지는 거제시 성포리 4필지(677평)와 일운면 구조라리 1필지(211평). 그러나 건평씨는 구조라리 일대에 갖고 있던 전답 3필지 337평은 가압류되지 않았다. 가압류되기 3개월 전인 2000년 5월 처남에게 소유권을 넘겼기 때문이다. 구조라리 일대의 공시지가는 ㎡당 3만4000원선으로, 성포리(8000원선)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곳. 이에 따라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구조라리 땅을 명의이전한 것은 가압류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처남 민씨는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종합소득세를 단 한 차례만 낸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건평씨의 땅을 사들일 만한 재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볼 때 건평씨는 이 땅을 처남에게 무상증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건평씨도 21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장모로부터 가져다 쓴 돈을 갚는다는 생각에서 처남에게 가져가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김 의원이 주장하는 강제집행 면탈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처남 민씨는 땅을 받았을 때 증여세를 납부한 실적도 확인되지 않았다. 취재팀이 입수한 민씨의 납세 기록에 따르면 땅을 넘겨받던 2000년 5월 민씨는 40여만원의 부가가치세만 납부했으며, 증여세나 취득세 명목의 세금은 내지 않았다. 반면 민씨는 2002년 4월 태광실업 박연차 사장에게 땅을 팔 때는 ‘거래 이익’에 따른 양도소득세 48만원을 납부했다.
▽언론 피하는 관계자들=건평씨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언론을 접촉하고 있다. 그는 21일 일부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입장을 적극 해명했으나 20, 21일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태광실업 박 사장, 건평씨가 감사로 등재돼 있는 정원토건 대표 백모씨(46) 등도 언론에 적극 해명하길 꺼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업무상 바쁘다”거나 “설명을 해도 기사가 엉뚱하게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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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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