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위기감까지 든다"

  • 입력 2003년 5월 21일 14시 11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1일 한총련의 5·18기념식장 시위와 전교조의 연가투쟁 결의 등 최근 일련의 집단사태와 관련,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5·18기념재단 이사장인 강신석 목사 등 5.18행사 추진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 근래에 부닥치는 문제가 너무 어렵다. 이 문제 말고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국가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라고 토로하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오던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변화가 나타날 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강 목사 등이 5.18행사 때의 학생들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면서 "학생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게 아니고, 우연히 그런 결과가 나타났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너그럽게 생각해달라"고 건의하자 그같이 답변해 이 사건에 대한 단호한 대처의지를 드러냈다.

강 목사 등은 "지난 일요일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대통령이 참석했는데,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예의에 어긋나고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정중히 사과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기분이 상하고 안 상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 행동에 대해 결과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어른들도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잘못하면 나무랄 줄 알아야 한다"며 선처 부탁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전교조 역시 자기 주장을 가지고 국가기능을 거부해 버리면 국가 의사 결정과정에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방미 기간의 발언이 '국익을 우선하는 행동'이었음에도 특히 지금까지의 지지세력 쪽에서 '굴욕외교'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한총련은 대통령 참석 행사를 가로막고, 전교조는 연가투쟁을 결의하는 등 각 세력이 자기 이해만 내세워 밀어붙이기식으로 나온데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 측은 차제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모든 이해집단으로부터 갖가지 요구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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