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는 경북 포항지부의 파업에 대한 원칙 없는 대처가 오늘의 화를 초래했다. 그리고 그 바탕엔 현 정부의 유화적인 노동정책과 그에 따른 화물차 차주와 운전사들의 높아진 기대치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해인데도 올 들어 각종 집단행동의 빈도와 규모가 대선을 치른 작년 수준에 필적하는 것도 개혁에 대한 성급한 기대에서 비롯한 사회분위기 이완과 무관치 않은 현상이라고 본다.
정치권의 직무유기 역시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많다. 경유세 인하, 노동자 신분 인정, 근로소득세제 개선 등과 같은 파업 핵심 쟁점은 모두 정치권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 아닌가. 그런데도 여야가 논평이나 성명을 낸 것은 화물연대가 실력 행사를 예고한 지 일주일이나 지난 7일이 처음이었다. 노 대통령이 현황 파악조차 못한 관계 장관들을 질책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그 정부에 그 정치권인 셈이다.
화물연대 파업은 그 뒤에도 여전히 정치권엔 ‘강 건너 불’이었다. 형식적인 논평이나 성명을 몇 차례 내는 데 그쳤을 뿐 당정회의나 국회 상임위 소집 같은 기본적인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여야 모두 ‘선혈이 낭자한’ 집안싸움만 하느라 정신이 없어 우리 사회 여기저기서 환부가 곪아터지고 있는데도 제대로 관심을 쏟지 않았다.
오락가락하는 원칙은 없느니만 못하고 무질서를 방치하는 개혁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질서를 확립하고 원칙을 세우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한 단호한 대응으로 그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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