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문시장 자율규제가 옳다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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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문고시 개정을 강행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신문업계가 자율적으로 지켜온 시장경쟁체제를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조종해 재편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비판적 신문에 대한 반감을 공권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행동으로 나타내려는 것이 아니고서야 이 같은 시대역행적 개정안을 밀어붙일 리 없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사명이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하여 권력을 감시 견제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정부가 국민의 감시 대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이루어지며 언론은 이를 위한 불가결의 장치 중 하나다. 언론이 일반 사기업처럼 돈벌이하면서 정권의 홍보기구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언론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현 정부의 언론관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연상케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몇몇 족벌언론이 김대중 대통령과 정부를 박해했다”며 자신도 부당한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신문고시 개정안도 이러한 시각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공정위가 신문시장에 개입한다는 것은 권력에 비판적인 신문에 대해 편파적 조사와 불공정한 제재를 가할 소지를 열어두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의 규제개혁 방침에 따라 99년 폐지됐던 신문고시가 2001년 대대적인 언론사 세무조사 와중에 비난을 무릅쓰고 부활된 것도 그나마 신문업계의 ‘자율규제’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참여정부’는 이 자율규제를 시행 2년도 안된 지금 사실상 정부규제로 바꾸어서 신문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주의 제도에서 언론참여를 배제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언론을 억압할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는 중국의 사스 보도통제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 국경 없는 기자회가 평가한 한국의 언론자유등급이 세계 39위다. 경제 규모 12위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정부는 한국 언론의 자유를 어디까지 후퇴시키려는가. 이 정부가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정권이라면 신문시장은 자율규제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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