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개발 수준은]美 "이미 1,2개 보유" 계속 언급

  • 입력 2003년 4월 2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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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의 북 미 중 3자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시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 이전 추출한 7∼22㎏의 플루토늄으로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떨어진 핵폭탄과 비슷한 위력의 초보적인 핵무기 1∼3개를 개발할 능력은 있지만 실제로 제조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핵무기 제조의 핵심인 고폭 장치(뇌관 성능 테스트 장치)의 개발과 실험을 끝냈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 북한이 93∼98년까지 실시한 70여 차례의 고폭실험은 고폭장치 조립이전 단계의 장약 성능시험이었고, 90년 이후 관련 부품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핵실험 실시 징후가 감지되지 않아 플루토늄탄의 개발을 완료하려면 적어도 1∼2년은 걸린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또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제조도 북한이 미국의 감시를 피해 다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낮아 역시 ‘실제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틈날 때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주장해왔다. 올해 초만 해도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은 이미 1, 2개의 플루토늄 핵폭탄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주한미군이 올 2월 내부 교육용으로 발간한 ‘팩트북(FACT BOOK)’ 2003년판에도 ‘북한이 이미 1, 2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돼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북한이 축적된 기술력으로 이미 추출한 플루토늄에 손을 대 핵폭탄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입장을 재차 강조한 만큼 이를 통한 플루토늄 추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 50t 상당의 폐연료봉 8000여개를 재처리하면 3∼5개월 만에 29∼35㎏의 플루토늄을 추출해 20kt급 핵폭탄 4∼6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또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를 피해 북한이 극비리에 소규모 지하 핵실험을 실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대기나 수중 핵실험에 비해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적고 탐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의 김태우(金泰宇) 박사는 “북한이 핵개발을 체제 보장을 위한 관건으로 여기고 40년간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25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 핵무기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나가사키(長崎)에 투하했던 원자탄과 비슷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 "보유단정 곤란"

이에 대해 국방부는 25일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했는지 여부는 아직까지 확증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 현 단계에서 보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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