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집단소송제 수용배경]총선 겨냥 新재벌 이미지 벗기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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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한나라당이 18일 전격적으로 집단소송제 수용 방침을 밝힘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을 반대해 오다 이날 “수용 방침을 당론으로 정하고 다음주 중에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정치권은 ‘친(親)재벌 정당’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보고 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맞불 작전용’=한나라당 재경위 소속 김황식(金晃植) 의원은 “제도의 실익을 불문하고 단지 청와대와 민주당은 집단소송제 도입에 적극적이어서 개혁적이고 한나라당은 소극적이어서 ‘친재벌 정당’이라는 인식을 국민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단소송제 수용 방침으로 선회한 배경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 인식’을 얘기했지만 한나라당은 내심 내년 총선까지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시민단체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집단소송제 관철에 ‘목’을 매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정권이 시민단체를 동원해 한나라당을 다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또 “이왕 도입할 바에는 정부안보다 더 확대된 안을 제시해 여당보다 더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소송대상 기업을 모든 상장기업으로 확대한 것도 이 같은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와 각종 세미나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그동안의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려는 전략이다.

▽소송제 도입에 따른 반발 최소화=한나라당은 집단소송제 도입에 반대하는 세력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집단소송제 도입으로 개혁적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기존의 ‘보수 지지층’도 함께 안고 갈 수 있도록 각종 보완장치를 수정안에 담은 것도 이런 고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안에는 없는 보완장치로 소송요건을 강화하고 공탁금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1, 2년 유예하기로 한 것은 기업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집단소송제의 부작용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기업활성화의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 정부가 집단소송법을 제출한 이상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 제도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안 정부안-한나라당안 비교
구분 정부안 한나라당 수정안
소송 허가 요건-법원의 사전 허가로 소송 제기
-소액주주 50인 이상이 돼야 신청가능
-법원 허가 전 단계로 금융감독 당국이 참가하는 ‘전심(前審) 절차’ 규정 마련
-소액주주 50인 이상 조건충족 외 일정 주식지분 요건 추가
소송대상 기업-허위공시 분식회계인 경우: 총자산 2조원 이상 상장(등록)기업
-주가조작인 경우:모든 상장기업
모든 상장(등록)기업으로 확대
선의의 기업 보호장치규정없음무고, 악의에 의한 소송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업이나 소송에 반대한 소액주주 등의 피해 보상을 담보하기 위한 ‘공탁금 제도’ 신설
유예기간즉각 실시주가조작 허위공시의 경우 즉각 실시하되 분식회계의 경우 1, 2년 유예기간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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