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미 외교 첫 단추 잘 채워야

  • 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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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국 방문에 나서는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의 보따리가 무거워 보인다. 한미관계 재정립, 북한 핵문제, 주한미군 재배치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윤 장관의 어깨 또한 무거울 것이다.

윤 장관의 방미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한미간의 본격적인 고위 접촉으로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대미외교를 비롯해 새 정부의 정책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 빚어졌던 갈등과 오해를 해소하고 양국이 새롭게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북핵 해결방안을 구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북핵 해결이 절박해졌을 뿐 아니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이 다음달 10일이면 효력을 발생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다. 양국이 공동으로 ‘미국이 이라크에 이어 북한을 공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엊그제 발언을 재확인할 수 있다면 한반도 불안해소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대화방법의 골격도 세워야 한다. 미국이 주장하는 다자대화와 우리측이 무게를 두고 있는 북-미 양자대화가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는 만큼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것도 해법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 재배치에 대해서는 ‘미국은 앞서 나가고 우리는 부인에 급급한’ 현실적 괴리를 좁혀야 한다. 한미 사이에 견해차가 있는 만큼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감축, 그리고 시기는 한미 양국의 합의에 의해 추진한다는 선언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라크전으로 경황이 없는 미국이 윤 장관의 방미를 얼마나 성의 있게 받아줄지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한미간 이견을 대충 봉합하고 해결을 다음으로 미루는 회담이 되는 것은 좋지 않다. 윤 장관의 방미는 새 정부가 우리의 입장을 견지하면서 손상된 한미 동맹관계를 복원할 외교적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케 해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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