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적 포기”→“시기놓쳐 이중국적”→“말소 몰랐다” 陳정통 오락가락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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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의 외아들 상국씨(25)는 이중국적자가 아니라 이미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4일 밝혀졌다.

이런 가운데 진 장관 아들의 병역면제 및 이중국적 논란이 법조계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3일‘이중국적’→4일‘미국국적’=법무부는 4일 상국씨의 국적문제에 대한 법률검토 작업을 벌인 결과 97년 12월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상국씨는 2000년 6월14일 자동적으로 한국국적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는 병무청이 이중국적자라고 밝혔던 전날의 해석을 뒤집은 것이다.

법무부는 개정 국적법은 이중국적자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뒤 2년 이내에 한국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을 자동상실토록 돼 있는데 진 장관 아들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상국씨는 만 20세이던 98년 6월 ‘국외에서 가족과 함께 영주권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병역법에 따라 병역면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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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 장관은 3일 오후 공보관을 통해 “본인이 한국에 적응을 하지 못해 미국국적을 선택했다”고 밝혔었다. 이중국적자가 아니라 미국인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그 뒤 진 장관은 “(부인에게 알아보니) 한국국적을 포기하려다 시기를 놓쳐 한국과 미국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수정했다. 이중국적자라는 뜻이었다. 그러다가 4일 법무부의 해석을 듣고는 “지금까지 국적상실에 대한 아무런 통보가 없어 몰랐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3일 “(부인에게 알아보니)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다 시기를 놓쳐 한국과 미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중국적자라는 뜻이었다. 그러다가 4일 법무부의 해석을 듣고는 “지금까지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가 없어 한국 국적을 상실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현행법상 진 장관의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는 과정에 법적 하자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진 장관 부부는 85년 영주권을 취득해 계속 갖고 있다가 아들의 병역이 면제된 뒤인 2001년 진 장관만 영주권을 포기했다.

이 같은 정황 때문에 진 장관이 아들의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 영주권을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부인은 지금도 영주권을 갖고 있고, 두 딸(23, 18세)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시민권자다.

진 장관은 4일 “아들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려고 일반 학교에 입학시키는 등 노력했으나 한국말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적응하지 못해 부모로서 본인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상국씨가 병역을 피하기 위해 징병검사를 받기 전에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 진 장관측은 “아들은 한국의 주민등록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에 징병검사통지를 받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초등학교에도 외국인거류증으로 입학을 했고, 여권은 미국여권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장관측의 설명에 따르면 상국씨는 1987년 미국에서 귀국해 초등학교 3학년으로 들어간 뒤 다시 미국으로 출국하는 97년까지 10년간도 이중국적이 아니라 사실상 미국인으로만 생활했던 셈이다.

▽네티즌 등의 비난=이날 정보통신부와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진 장관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들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우리는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으로서의 도덕적인 의무를 다했는지,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책임감은 있는지를 문제삼는 것”이라며 진 장관을 비난했다.

한 중견변호사는 “송자(宋梓) 전 교육부 장관 등이 이중국적 문제로 중도하차한 경우가 있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최근까지 문제가 됐던 일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이중잣대를 적용하려는 청와대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장준영(張浚暎) 부대변인은 “진 장관측이 고위공직자에게는 일반인 이상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국회 상임위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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