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北미사일 美본토 겨냥" 가능성 지적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56분


코멘트
‘북한은 과연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을까. 만일 그렇다면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험 발사를 재개할 것인가.’

최근 외신들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징후에 관해 잇따라 보도하면서 북한이 어느 정도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고 있는지가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비록 명중률은 낮더라도 ICBM을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미 중앙정보국(CIA) 등은 90년대 초부터 북한이 ICBM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 같은 분석은 북한이 20여년 전부터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축적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고, 이를 바탕으로 93년과 98년 각각 노동 1호와 대포동 1호의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특히 대포동 1호의 경우 시험 발사 당시 최대 사거리가 2150㎞로 알려졌지만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던 3단계 엔진이 제 기능을 발휘했다면 사거리는 훨씬 더 길어졌을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북한이 그 후 5년간 대포동 2호의 개발에 전념했다면, 비록 기술적으로 조잡한 수준이더라도 사거리 1만㎞의 ICBM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포동 2호의 사거리를 최대 1만5000㎞까지 늘려 잡고, 미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전제 아래 북한이 앞으로 핵 개발과 함께 미사일을 대미(對美) 협상의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대포동 2호의 사거리는 대개 4300∼6000㎞로 알려져 있으나 영국의 군사전문지인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는 이를 최대 9600㎞로 평가한 바 있다.

관심사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 가능성. 전문가들은 “결코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북한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미사일 발사유예 재고 천명, 영변 핵시설의 실험용 원자로 재가동 등 ‘모든 카드’를 꺼냈지만 끝내 효과가 없을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탄도미사일의 발사 여부를 추적할 수 있는 RC-135 정찰기와 탄도미사일 추적 함정을 북한 인근에 배치해 감시 활동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북한의 시험 발사가 임박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이 얼마 전 대포동 2호의 엔진 분사시험을 실시했다는 외신 보도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세종연구소 이상현(李相賢) 박사는 “북한이 과거 대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전례에 비춰 이번에도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대포동 2호의 시험 발사가 성공할 경우 북한의 미 본토 위협이 ‘가설’이 아닌 ‘현실’이 되기 때문에 예상하기 힘든 파장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외국의 언급사례▼

▽95년 3월〓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

“최소 20개국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발사시스템을 보유 또는 개 발 중이며 특히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은 미 국익을 위협할 만한 수준의 탄도미사일을 보유 중이거나 개발 중이다.”

▽98년 7월〓도널드 럼즈펠드 보고서

“북한이 신뢰성과 정확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사거리 1만㎞ 이상의 ICBM 을 5년 안에 가질 수 있을 것이다.”

▽99년 2월〓조지 테닛 미 CIA 국장

“북한은 비록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아주 작은 탄두를 대륙간 사거리에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 중이며, 사정권에는 미 영토의 일부도 포함된다.”

▽2002년 1월〓미 CIA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

“북한이 사거리 1만㎞ 이상, 탄두중량 수백㎏으로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포동 2호의 시험발사 준비를 마쳤을 수도 있다. 만일 북한이 98년 시험발 사한 대포동 1호와 유사한 3단계 추진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대포동 2호는 사거리가 1만5000㎞까지 늘어나 북미 전역이 사정권에 든다.”

▽2002년 11월〓국방부 미사일방어(MD) 국장인 로널드 카디시 장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에 대해 우려 중이다”

▽2003년 3월1일〓아베 신조 일본 관방 부장관

“북한은 바다를 향해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미사일의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