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5억 北에 갔다]金대통령 대북송금 첫 인정

  • 입력 2003년 1월 30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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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0일 현대의 2235억원 대북 송금에 대해 ‘남북경제협력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남북화해라는 민족적 과제와 관련된 일인만큼 국민의 이해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일종의 통치행위였다는 설명이지만 김 대통령의 이날 설명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아 여론을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왜 부인했나=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현대와 현 정부의 대북 비밀 지원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래 청와대는 “터무니없는 얘기다. 청와대와는 무관한, 현대의 일이다”며 일관되게 이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날 뒤늦게 관련 사실을 시인하면서 그동안 청와대의 ‘거짓 해명’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해명을 하기 전에 솔직한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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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지만, 지난해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이 대선 승리에 집착해 근거 없는 폭로를 일삼고 있다”고 흥분했었다.

▽정부 책임은 없나=정황으로 볼 때 청와대가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현 정권의 도덕성과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는 주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은 이날 대북 송금은 현대라는 민간기업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만 강조했을 뿐 6·15남북정상회담과의 관련성,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개입 여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과연 통치행위인가=김 대통령이 이날 “남북관계의 특수한 처지는 통치권자인 제가 수많은 결단을 요구해 왔다”라는 말로 대북 송금이 ‘통치행위’의 과정에서 나왔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러나 통치행위라는 주장 자체가 법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설혹 ‘통치행위’를 인정한다 해도 이는 사전에 국민적 동의 절차를 밟았을 때에만 유효한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사법심사 안된다는 언급 적절했나=김 대통령이 “이 문제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언급한 것은 검찰 수사에 대한 간섭이라는 점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김 대통령의 이 언급은 검찰에게 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야당도 쉽게 납득할지 못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김 대통령의 이날 해명은 그동안 논란이 돼온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의 종결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문제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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