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광주-전남 국정토론회]"호남지역 특별배려 어렵다"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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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28일 전국 순회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선 후 처음으로 ‘노풍(盧風)’의 진원지인 광주를 찾았다.

이날 광주공항에 영접 나온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말을 빗대 ‘약무광주 시무노풍’(若無光州 是無盧風·광주가 없었다면 노풍도 없다)이라며 지난해 3월 민주당 국민경선 당시 광주경선이 노풍점화의 계기가 됐음을 상기시켰다.

토론회에서도 △2012년 ‘국제 광(光)박람회’ 광주 유치 지원 △광양항, 목포신외항 조기 건설 등 각종 민원성 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이날 제언을 들은 뒤 종합적으로 답변을 하며 “광주·전남에서 ‘다른 지역과는 불균형하게 출발했으므로 특별한 배려를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올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대단히 주관적이어서 어떤 특별한 배려를 해야할지 (결정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이어 “지역 사업에 대한 주문성 발언들이 많았는데 즉답하기 어렵다. 타당성을 따져 이전에 했던 방식과 다르지 않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 토론 참석자가 “이 지역에서의 지원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노 당선자는 “각 지역이 지방대학 등과 함께 발전 전략을 스스로 만들고 경쟁해서 (다른 지역보다) 앞서면 눈치 안 살피고 정부 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전날 대구 순회토론회에서 밝힌 ‘조건부 지원’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노 당선자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계속될 지역 순회 토론회 도중 나올 수 있는 지역민원성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대신 참석자들에게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선봉을 맡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과거의 지역 감정은 억압이었지만 지금은 오해와 편견”이라며 “광주·전남에서도 이런 관점에서 (지역 감정 문제를) 풀어야 하며 안 그러면 이 지역 발전에 상당한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당선자는 이 지역 인사 초청 간담회에서도 “지역 감정 문제는 결국 시민단체들이 해결해야 하며 광주·전남 민심은 통합의 시대를 앞장서 이끌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았다”며 “이전에 투쟁했던 그 이상의 시민의식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노 당선자는 토론회 말미에는 “노무현이 의리를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지난 대선에 나왔던 사람 중에 (이 지역에) 가장 잘해 줄 사람이 노무현 아니겠느냐. 믿고 맡겨 달라. 나도 양심이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광주=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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