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인도-브라질에도 ‘核 바람’ 분다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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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확산금지조약(NPT)이라는 기본 틀에 의해 유지돼 온 지구촌의 핵무기 억제구도가 도전 받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맞서 일본을 핵무장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미국 내 일부 보수파에서 나오고 있고, 브라질의 새 좌파정권 각료는 공개적으로 핵 보유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제사회에서는 10일 북한의 NPT 탈퇴 결정이 그렇지 않아도 NPT 체제에 불만을 품어온 일부 국가들의 핵 보유 욕구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본 핵 무장론=요미우리신문은 10일 “핵개발을 추진 중인 북한에 대한 억제책으로 일본을 핵무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내 보수파 가운데서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수파의 극단적인 주장이기는 하지만 올 들어 이런 주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북한 핵위기가 이라크와 달리 군사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데다 다른 타개책도 보이지 않는 당혹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지의 칼럼니스트인 찰스 크라우서머는 ‘일본 카드’란 제목의 3일자 칼럼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묘수가 없어 보이지만, 일본의 핵 무장화라는 카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5일 미국의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이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을 받게 된 이상 일본의 핵개발을 계속 반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보수성향 연구기관인 케이트연구소의 카펜터 연구원은 6일 발표한 논문에서 “북한에 대해 ‘동북아시아에서 핵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틀린 것이란 점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며 “일본, 나아가서는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많은 전문가들은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중국 대만 등을 둘러싼 지역대립의 격화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핵 확산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질=브라질의 로베르토 아마랄 과학기술부 장관은 최근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은 핵무기 생산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마랄 장관은 “브라질은 평화를 수호하지만 핵기술을 포함해 어떤 과학기술도 포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80년대 중반까지 브라질과 핵개발 경쟁을 벌였던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이웃 나라들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자, 브라질 대통령 대변인은 “우리는 핵 분야에 있어 오로지 평화적 목적의 연구만을 지지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 퇴역 장군들과의 면담에서 “NPT는 미국과 기존 핵 보유국에만 유리한 편파적인 것”이라며 “자기들은 대포를 갖고 있으면서 우리에게는 손으로 돌을 던지라고 한다”고 NPT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룰라 대통령은 파문이 일자 나중에 “핵 개발할 의향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1일 취임사에서도 “헤게모니를 갖는 나라가 없는,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질은 1964년에서 1985년까지 이어진 군사정부 시절 핵개발 계획을 추진, 남미에서 가장 핵 기술이 앞서 있었으나 1988년 헌법에 핵 보유 금지조항을 신설하고 1995년에 NPT에 가입했다.

▽인도=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는 9일 핵 장착 능력을 가진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인도 정부는 사거리 500마일인 이 미사일을 중국과 파키스탄의 핵 위협에 대한 핵심적인 억제수단으로 보유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흔들리는 NPT〓10일 북한이 NPT 가입국 중 처음으로 탈퇴를 선언하자 국제사회는 NPT 체제의 무력함과 대안 없는 현실을 다시 한번 절감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고민은 우선 NPT를 탈퇴하거나, 가입을 거부한다 해도 공식적으로 취할 수 있는 징계수단이 없다는 점에 있다.

물론 국제 공동체에서의 고립, 유엔 결의안 등 다른 경로를 통해 불이익을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탈퇴 결정은 주권국가가 행할 수 있는 권리’로 NPT 규정에 명시돼 있어 탈퇴 자체만 갖고는 법적, 제도적으로 시비를 걸기 어렵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국의 핵 보유는 인정하고 있는 NPT의 ‘태생적 불평등구조’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는 명쾌한 반박논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합치면 거의 4만여기에 달하는, 지구를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수 있는 규모의 핵탄두를 갖고 있는 이들 5개국 이외에도 파키스탄과 인도가 NPT 가입을 거부한 채 자체 핵개발을 통해 핵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이스라엘도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100여기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이라크 이란 등은 NPT에 가입했음에도 비밀리에 핵무기 보유를 시도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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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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