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도청자료'파문 확산]"국민은 떨고있다…진실 밝혀라"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9시 04분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와 김영일 사무총장, 이규택 원내총무(오른쪽부터)는 국가정보원의 도청의혹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 안철민기자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와 김영일 사무총장, 이규택 원내총무(오른쪽부터)는 국가정보원의 도청의혹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 안철민기자
《한나라당이 국정원의 도청자료를 폭로한 데 대해 민주당은 대선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정치공작이라고 비난했고, 국가정보원은 불법도청을 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을 제외하고라도 다수의 취재기자들과 언론사 사장이 통화한 사실과 그 내용을 인정함으로써 광범위하게 불법도청이 이뤄졌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통화를 한 당사자밖에 모르는 내용들이 특정한 양식에 맞춰 대량으로 작성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법질서와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를 정치공방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불법도청을 했는지를 규명하고 책임자를 찾아 처벌한 뒤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이 문제해결의 순서라는 목소리가 많다.》

▽학계〓유재천(劉載天) 한림대 부총장은 “국가기관이 헌법의 통신비밀 규정을 어기고 도청을 광범위하게 했다면 헌법파괴적 행위다”며 “전제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정진석(鄭鎭碩)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도청자료에 따르면 광고주를 통한 언론사 압력도 있는데, 언론자유에 대한 치명적이고 다각적인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이다”며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에 의도가 있었던 게 분명하듯이 이것도 대단히 지능적인 탄압이다”고 말했다.

이재진(李在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파시즘 정권에서나 들어볼 수 있는 일이다”, 박성희(朴晟希)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아직도 언론에 대한 정치적 통제요인이 엄존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서울지법의 한 중견 판사는 “언론 보도를 보고 섬뜩했다”며 “국정원의 광범위한 도청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진상을 파헤쳐 책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석(崔容碩) 변호사는 “국민적 불안을 씻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 실제로 도청을 하는지 사실관계를 먼저 밝혀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도청자료의 출처를 밝혀 진상규명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황으로 볼 때 국정원의 도청은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보기관 해체론이 대두되는 등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차병직(車炳直) 변호사는 “만약 한나라당이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대선에 이용한 것이라면 몰지각한 행위다”고 경계했다.

▽시민단체〓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조중근(趙重根) 사무총장은 “하루빨리 진실이 명확하게 드러나 국민적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참여네티즌연대 신혜식(申惠植) 대표는 “국정원이 정치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내부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이재명(李在明) 팀장은 “한나라당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할 만한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근거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한나라당이 출처를 공개해서 정치적 이득을 노린 폭로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히지 못하면, 또다른 정치적 공방에 머무를 것이다”고 꼬집었다.

도청관련 발언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9월24일 국회 정무위)5월 5일 한화 김연배 사장이 독일 체류 중인 김승연 회장에게 전화해 “대생 인수를 위해 민주당 이재정(李在禎) 의원 등을 동원해 로비하고 민간위원들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보고하자, 김 회장은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접촉해 협조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정형근 의원(10월4일 국회 운영위)2001년 8월9일 박지원(朴智元) 당시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요시다 다케시(吉田猛) 신일본산업 회장에게 금강산 육로관광 등이 해결되면 2∼3개월 내 2400만달러를 북한에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10월5일 국회 운영위)현 정부에선 영장없는 감청은 하지 않는다.
국정원 보도자료(10월5일)정형근 의원이 출처 불명의 문건을 갖고 국가정보기관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
신건 국정원장(10월24일 국회 정보위)국정원 내에서 감청을 주 업무로 하던 8국(과학보안국)을 10월 초 해체했으며 이 감청팀을 대공수사국과 외사보안국으로 분산시켰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의결하면 국정원의 감청시설을 무한대로 공개하겠다.
정형근 의원(11월6일 국회 정보위)신건 원장이 “구 정권에서는 있었으나 나의 재직중 도 감청은 명백히 없었다”고 답변했다.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11월28일 기자회견)국정원이 3월 정치권 핵심 인사들의 통화내용을 집중 도청해 정치공작에 활용해왔다.
신건 국정원장(11월29일 기자간담회)한나라당이 제시한 문건의 활자체는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문서의 활자체와 다르다. 따라서 그 문건은 국정원 문건이 아님이 분명하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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