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개편논의…공무원사회 반응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8시 24분


통폐합 거론에 긴장재경부 비교적 담담
통폐합 거론에 긴장
재경부 비교적 담담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한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경제관료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부처 개편 관련 와이드 기획기사가 본보에 보도된 11일 오전 재정경제부 등 주요 경제부처는 간부회의를 열고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 전까지 개별적인 발언은 절대 삼가라”며 일제히 함구령을 내렸다.

하지만 주요 경제부처가 몰려 있는 정부 과천청사에서는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경제관료들은 현행 경제부처 조직에 문제가 많다는 데 동의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구체적 조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부처별, 개인별로 의견차가 작지 않았다.

○…경제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경제팀 수장(首長) 부처’로서 어떻게든 손질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경제부는 비교적 담담한 반응. 옛 ‘공룡 재정경제원’에서 금융감독권과 예산권이 떨어진 상황에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재경부의 한 고위 간부는 “재경원이 외환위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해체된 뒤 지금은 너무 책임과 권한이 산만하다”며 “견제와 균형을 살리는 방향으로 판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역대표부 생긴다"
외교부內 소문돌아

한편 재경부의 명칭이 어떻게 되든 실질적으로 각 부처의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재경부 안에서는 지금 체제보다는 정책조정 예산 기획 기능을 가진 경제기획원과 금융 세제 국고 중심의 재무부 체제 비슷한 구도를 선호하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경제부총리 제도가 존속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재경부 및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 감독기능을 합쳐 금융부문만 맡는 ‘금융부’를 만들자는 일부 주장에 대해 재경부는 “선진국에도 거의 없고 논리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방안”이라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금감위도 금융행정을 민간조직인 금감원에 이양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각종 이해(利害)관계가 얽혀 있는 사업 인가권 등을 반관반민(半官半民)인 금감원 출신이 관장하면 부작용이 훨씬 많다는 것.

○…예산권이 어디로 갈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 나라마다 예산권이 속해 있는 부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의 한 간부는 “예산처의 변화 방향은 결국 과거 재경원 체제와 기획원 체제, 둘 중 하나”라면서 “재경원은 이미 실패 모델로 판정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기획원 출신이 많은 예산처에서는 정책수립과 예산권을 가지고 경제발전을 ‘지휘’했던 과거 기획원 시절에 향수를 느끼는 공무원이 많다.

○…통상조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 마늘 파동,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 등 곳곳에서 마찰음이 나와 어떤 형태로든 손질이 가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외교통상부내에서는 ‘한국무역대표부(KTR)’ 간판이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새 정부가 조직개편을 할 때 현행 통상교섭본부를 없애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식의 개편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반면 산자부와 농림부 등 일선 경제부처는 실무를 제대로 아는 해당 부처의 대외협상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반응이다. 통상교섭본부를 산하에 두고 있는 외교부는 현행 체제 유지를 원하는 관료가 많은 편. 재경부에서는 전체 경제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그때그때 협상카드를 만들 수 있는 부총리 부처가 협상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위 축소론 확산
정치중립 강화 여론

○…대부분의 산자부 공무원들은 “모든 산업이 정보기술(IT)화되는데 별도 부처가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며 정보통신부와의 통합에 찬성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의 한 고위 관료는 “IT 업계의 특성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며 “모든 일에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데 만약 IT업무가 산자부로 간다면 다른 업종과의 ‘평등주의’ 논리에 밀려 IT가 설 곳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자부 정통부 과학기술부가 현재처럼 3개 부처로 존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대부분 동의했다.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통합도 관심거리다. 조직 효율성만 보면 수산부문은 떼내 농림부와 합치고 해운과 항만부문은 과거처럼 해운항만청을 만들어 건설교통부 산하에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농림부의 한 국장은 “해양부를 분리하려면 일부 지역의 반발 등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양부도 크게 긴장하지는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전에도 해양부 존폐 문제가 논란이 됐지만 무사히 조직을 존속시켰던 전례가 있기 때문. 그러나 현재 한국은 경제규모에 비해 장관이 너무 많다는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흐름처럼 만약 ‘거대 부처(Super Ministry)’ 체제로 간다면 해양부도 설 땅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구와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민간 부문은 물론 재경부와 예산처에서도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공정위에서는 오히려 기구 확대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확대든 축소든 공정위의 정치적 중립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데는 공정위 공무원 사이에서도 별 이견(異見)이 없다. 공정위의 한 국장은 “현 체제를 유지하되 내부적으로 조사와 정책을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 관련 부처 및 외청 정원(단위:명)
부처·청 총원본부 정원
재정경제부 660 514
건설교통부 3,400 770
산업자원부 1,026 577
정보통신부 29,830 418
농림부 3,689 505
해양수산부 3,930 479
과학기술부 406 304
기획예산처 291 291
산림청 1,433 177
철도청 29,623 969
국세청 16,845 703
관세청 4,139 264
특허청 952 841
농촌진흥청 2,063 294
중소기업청 560 224
조달청 935 416
통계청 1,692 1,262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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