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盧후보 對北정책 토론회 "대북경협 계속돼야"

  • 입력 2002년 10월 24일 18시 54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24일 대북정책을 놓고 격돌했다.

두 후보는 이날 평화포럼(이사장 강원용·姜元龍 목사) 주최로 서울 포포인츠 쉐라톤호텔 컨벤션홀에서 ‘남북 평화정책의 방향과 비전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북핵 문제 해법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는 오전에 이 후보가, 오후에 노 후보가 따로 강연을 하고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평화포럼측은 정당의 공식후보로 선출된 대선주자에 한해 토론회에 초청한다는 방침에 따라 다른 후보들은 초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 해법〓두 후보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평화적 해결, 한미일 공조 강화, 북핵 문제의 정략적 이용 반대 등 ‘총론’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처럼 지원과 협력을 계속하는 것은 문제”라며 대화와 설득은 계속하되 핵문제 해결과 대북경협 및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과 함께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북 현금지급의 즉각 중단을 주장했다.

반면 노 후보는 핵개발 포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일괄 타결방식을 제안하면서 “대북경협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면 첫 마디로 ‘핵 같은 것 개발하지 마십시오, 쓸데없는 짓 하지 맙시다’라고 정중하게 얘기하겠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에 대한 인식도 달랐다.

이 후보는 “화해무드의 뒷전에서 핵개발을 한 것은 용서될 수 없으며 핵개발 포기는 제네바 합의에 따른 당연한 의무인만큼 결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핵개발 프로그램은 있는데 개발은 안 했다는 것인지, 핵개발한 것을 시인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확인도 안 된 사실이 난무하며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북정책 방향〓이 후보는 “햇볕정책은 군사적 신뢰구축 없이 교류협력만으로 평화구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며 군사문제 해결과 교류협력의 전략적 병행추진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의 해결을 통한 군사적 긴장 해소와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개설, 부대이동과 군사훈련 통보 등 군비통제조치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전제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을 통한 획기적인 대북지원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노 후보는 햇볕정책의 기조 유지를 강조하면서 경제 사회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남북간 긴장을 해소해나가고, 점차 군사적 신뢰단계로 나갈 것을 주장했다.

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냉전희구 세력이 힘을 얻게 된다면 다시 한반도 정세는 강대국이 주도하는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고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며 과거의 테러행위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노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대북정책 비교
이회창 후보노무현 후보
북한핵상황인식미국이 올 8월 ‘결정적 증거’를 알려줬다.
화해무드 틈탄 핵개발은 용납안된다.
미확인 사실이 기정사실화하면 안된다.
북한이 왜 시인했는지 분명치 않다.
1차적대응법핵개발 사실이 알려진 마당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북지원할 수는 없다.사실이라면 핵개발은 중단돼야. 그러나 대북경협은 계속돼야 한다.
북한핵해결법북한은 핵개발 포기, 핵사찰 수용.북한은 핵개발 포기하고, 한국 미국 일본은 대북 지원하는 ‘일괄타결’이 해법.
햇볕정책승계여부북한핵개발로 드러났듯이 햇볕정책은 진정한 평화를 구현하는 해법이 아니다.햇볕정책의 철학에 전적으로 찬성. 절차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지엽적인 문제.
장관급회담평가핵문제 해결을 위한 단호한 의지결여.
“남북한이 6·15 정신에 부합해 발전하고 있다”는 대목은 안이한 상황인식.
핵문제 평화적 해결을 언급한 것은 평가할 대목. 햇볕정책으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북지원북한이 무력 포기하면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으로 획기적인 지원하겠다.장기적 투자로서의 대북 경협추진.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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