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는 이날 평화포럼(이사장 강원용·姜元龍 목사) 주최로 서울 포포인츠 쉐라톤호텔 컨벤션홀에서 ‘남북 평화정책의 방향과 비전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북핵 문제 해법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밝혔다. 토론회는 오전에 이 후보가, 오후에 노 후보가 따로 강연을 하고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평화포럼측은 정당의 공식후보로 선출된 대선주자에 한해 토론회에 초청한다는 방침에 따라 다른 후보들은 초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북한 핵문제 해법〓두 후보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평화적 해결, 한미일 공조 강화, 북핵 문제의 정략적 이용 반대 등 ‘총론’에는 입장을 같이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처럼 지원과 협력을 계속하는 것은 문제”라며 대화와 설득은 계속하되 핵문제 해결과 대북경협 및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수용과 함께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북 현금지급의 즉각 중단을 주장했다.
반면 노 후보는 핵개발 포기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는 일괄 타결방식을 제안하면서 “대북경협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면 첫 마디로 ‘핵 같은 것 개발하지 마십시오, 쓸데없는 짓 하지 맙시다’라고 정중하게 얘기하겠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에 대한 인식도 달랐다.
이 후보는 “화해무드의 뒷전에서 핵개발을 한 것은 용서될 수 없으며 핵개발 포기는 제네바 합의에 따른 당연한 의무인만큼 결코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단호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핵개발 프로그램은 있는데 개발은 안 했다는 것인지, 핵개발한 것을 시인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확인도 안 된 사실이 난무하며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대북정책 방향〓이 후보는 “햇볕정책은 군사적 신뢰구축 없이 교류협력만으로 평화구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며 군사문제 해결과 교류협력의 전략적 병행추진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WMD)의 해결을 통한 군사적 긴장 해소와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개설, 부대이동과 군사훈련 통보 등 군비통제조치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전제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을 통한 획기적인 대북지원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노 후보는 햇볕정책의 기조 유지를 강조하면서 경제 사회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남북간 긴장을 해소해나가고, 점차 군사적 신뢰단계로 나갈 것을 주장했다.
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냉전희구 세력이 힘을 얻게 된다면 다시 한반도 정세는 강대국이 주도하는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고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며 과거의 테러행위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노 후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대북정책 비교 | ||
이회창 후보 | 노무현 후보 | |
북한핵상황인식 | 미국이 올 8월 ‘결정적 증거’를 알려줬다. 화해무드 틈탄 핵개발은 용납안된다. | 미확인 사실이 기정사실화하면 안된다. 북한이 왜 시인했는지 분명치 않다. |
1차적대응법 | 핵개발 사실이 알려진 마당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북지원할 수는 없다. | 사실이라면 핵개발은 중단돼야. 그러나 대북경협은 계속돼야 한다. |
북한핵해결법 | 북한은 핵개발 포기, 핵사찰 수용. | 북한은 핵개발 포기하고, 한국 미국 일본은 대북 지원하는 ‘일괄타결’이 해법. |
햇볕정책승계여부 | 북한핵개발로 드러났듯이 햇볕정책은 진정한 평화를 구현하는 해법이 아니다. | 햇볕정책의 철학에 전적으로 찬성. 절차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지엽적인 문제. |
장관급회담평가 | 핵문제 해결을 위한 단호한 의지결여. “남북한이 6·15 정신에 부합해 발전하고 있다”는 대목은 안이한 상황인식. | 핵문제 평화적 해결을 언급한 것은 평가할 대목. 햇볕정책으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
대북지원 | 북한이 무력 포기하면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등으로 획기적인 지원하겠다. | 장기적 투자로서의 대북 경협추진. |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