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관계 다시 냉각?…대화재개 난망

  • 입력 2002년 10월 8일 18시 49분


북한이 미 대통령 특사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평양을 떠난 직후부터 대미 비난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후속 북-미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가운데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공격적인 반응으로 올해 안에는 북-미대화 재개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우려사안’이라는 것을 들이대면서 핵 및 미사일과 상용무력(재래식무기) 등에 대한 일방적인 요구를 압력적이고 오만하게 했다”며 “우리도 특사에게 우리의 원칙적 입장을 똑똑히 밝혀 보냈다”고 말했다. 미국의 태도가 불만족스러운 만큼 북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미국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대북정책의 핵심현안에 대해 북한과 실제로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며 “미 정부는 현재 켈리 차관보의 북한회담 결과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켈리 특사의 방북 이후 현재까지 드러난 양측 입장을 살펴본다면 회담결과를 검토 중이라는 미국이나, 북한 모두 당분간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미 제네바합의(94년)에 따라 북한이 연내 핵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와 경수로 건설 지연으로 인한 전력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북한의 반박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이후 계속 평행선을 보여온 부분이다.

특히 북한은 아직 북-미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 특사는 평양에서 서울로 돌아온 5일 우리 정부 관계자들에게 “북한에서 만난 한 고위인사가 ‘북-일 정상회담은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큰 결단이 없었으면 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켈리 특사의 전언을 유추해보면 김 국방위원장이 아직 대미관계의 구체적인 정책방향을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북-미관계가 좀처럼 가닥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남북관계도 마냥 순항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관계자들은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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