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정부 "신의주 아는게 없어요"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01분


“우리도 언론에 보도되는 것 이상 더 아는 것이 없다.”

“신의주 특별행정구와 관련해서는 북측이나 행정구 등으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들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신의주 특구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정부와 관련기관은 이런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양빈(楊斌) 특구 장관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김한균 금화산업 대표는 1일 “양빈 장관이 7일 한국에 들어와 투자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그가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인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입국 자격 여부를 말하기도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양빈 장관이 개성공단에 대한 관리권을 삼성에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진짜 그렇게 될까?”라며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하고 있다.

신의주 특구 설치는 개성공단 조성이 이미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개성공단과 신의주 특구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개성공단을 더 선호하고 있지만 신의주 특구의 투자여건이 더 좋아지면 그곳으로 쏠릴 수 있다.

통일부와 산업자원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서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의주 특구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다.

신의주 특구를 설치하고 네덜란드 국적의 기업가인 양빈을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한다는 북한의 발표는 갑자기 나왔다. 이 때문에 입수할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신의주 경제특구 자체가 북한의 의도대로 진행되므로 한국정부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북한의 특구 지정은 어느 나라보다 한국업체에 큰 관심사다. 북한에 관한 정보는 정부가 가장 많다.

그런 점에서 신의주 경제특구와 관련해 정부가 ‘우리도 아는 것이 없다’는 발언만 되풀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행정의 대민(對民) 서비스 정신이 너무 모자란다.

구자룡 경제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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