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서해만평' 흐지부지 말라

  • 입력 2002년 6월 30일 18시 49분


북한의 ‘6·29 서해 만행’에 대한 정부의 대응 자세가 수상쩍다. 북한의 이번 무력도발은 앞날이 구만리 같은 우리 젊은이들이 24명이나 사망하거나 부상한 엄청난 사태다. 더욱이 북한은 이번 일을 월드컵 행사 막바지에 ‘의도적으로’ 일으켜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이런 비상사태에 직면해 그 파장을 가급적 줄이려는 듯한 정부 관계자의 언행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임성준(任晟準)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은 29일 “1999년 서해교전 때에도 햇볕정책은 일관되게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런가 하면 통일부는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협력은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강산 관광사업과 여러 민간단체의 갖가지 대북(對北) 지원사업은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이런 말들이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그동안 햇볕정책을 내걸고 북측에 온갖 경제적, 정치적 지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엊그제의 무력 도발이었다. 북한은 그 사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외교안보수석이라는 사람이 ‘햇볕정책 유지’ 운운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묻고 싶다. 정부 일각에서는 우리가 이번 사태에 강경 대응할 경우 외국인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하나 이 또한 상황을 호도하는 주장일 뿐이다.

북한이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 등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정부는 모든 남북교류를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도 당연히 중단돼야 한다. 이는 북한에 제공하는 각종 경제적 혜택을 중단한다는 뜻도 있으나 정부의 요구에 힘을 싣기 위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민간 교류는 전과 똑같이 하면서 사과를 요구한다면 북한이 과연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는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예정대로 어제 방일(訪日)했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2일로 예정된 월드컵 성공축하 거리축전에 대해서 아직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번에 순국한 장병 가족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거리축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감안한다면 정부는 진작에 이 계획에 대한 수정안을 내놨어야 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흐지부지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내부적으로 허술한 대북 경계태세를 재점검하는 일에서부터 북한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일까지 우리는 정부의 언행을 세심하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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