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돈 3]낙선한 정치초년병의 고백…집 팔고 은행빚까지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17분


“선거판에 뛰어들어 집도 팔고 은행 빚도 냈지만 선거에 지고 4억원의 빚만 떠안게 됐지.”

지난해 4·13 총선 당시 영남지역에서 출마했다 차점으로 낙선한 정치초년병 C씨는 당초 3억∼4억원 정도만 마련하면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들어가는 선거자금을 감당하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는 것.

C씨는 그래도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한 셈이었다. 그는 선거일을 두달쯤 앞두고 대규모 후원회를 열어 5억원을 확보했고 오랜 관료 생활로 인연을 맺어온 업계 인사 100여명으로부터 4억원 정도의 격려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선거운동 자체가 ‘돈 쓰는 일’이었다. 우선 지역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해 법정선거기간 이전에 비공식 사랑방좌담회 등을 100회 정도 가졌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지역구의 공조직과 함께 종친회와 동창회 등 사조직을 가동하면서부터는 겁이 날 정도의 ‘뭉칫돈’이 들어갔다. 결국 법정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금고’가 바닥을 드러냈다. 여기저기서 “우린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며 ‘실탄(實彈)’ 지원 요청이 쇄도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팔아 급히 4억원 정도를 만들었지. 이 돈을 곧바로 조직에 뿌렸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까 또 ‘SOS’를 치더군.”

급한 마음에 친지나 지인들로부터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씩 임시변통을 했지만 구멍난 둑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인접 농촌지역의 공조직을 막판에 가동하려면 수억원을 더 써야 했는데 더 이상 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것이 결정적 패인(敗因)인 것 같다.”

20억원 가까이 선거에 쏟아 부은 그이지만 지금도 돈이 모자라 선거에 졌다고 생각한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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