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직불제 단가인상 논란…김대통령 "농가소득 보전"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55분


광주 전남지역을 방문중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4일 쌀값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농업 직접지불제 단가를 40만원까지 올리도록 국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학계의 일부 관계자들은 “직불제 단가 인상으로 생산이 늘어나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것”이라고 지적, 논란이 예상된다.

▽격화되는 농민 시위에 회유책 내놔〓김 대통령은 이날 전남 나주시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전남지역 각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농민을 위한 쌀 관련 정책을 쏟아냈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농협은 쌀값 안정을 위해 수확기 쌀 유통량의 70% 수준인 1500만섬의 물량을 흡수하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쌀값 하락으로 농가 소득이 감소한 부분은 논농업 직불제 등을 통해 최대한 보완하겠다”며 “논농업 직불제 단가를 올해 ㏊당 20만∼25만원 수준에서 내년도에는 ㏊당 40만원 수준 이상으로 인상되도록 국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직불제 단가를 25만∼35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내년 예산안 이상으로 직불제 단가를 올리겠다는 뜻이라 주목된다.

김 대통령은 또 “쌀값과 동반 하락하고 있는 농지가격 안정을 위해 농지매매자금 금리를 현행 4.5%에서 3% 수준으로 낮추고 농지구입 자금 규모도 현행 1320억원에서 28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직불제 단가 인상 논란〓김 대통령이 거론한 직불제 단가 인상에 대해 정부와 학계에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농림부 등은 “쌀값 하락으로 줄어든 농민의 소득을 보조금으로 충분히 보조해줘야 한다”며 찬성하는 입장. 그러나 단가 인상에 반대하는 쪽은 “쌀 재고량이 1000만섬이 넘어 ‘감산정책’이 필요한 지금 직불제 단가를 올릴 경우 오히려 생산이 늘어날 수 있어 단가 인상은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업경제연구원의 박동규 박사는 “직불제 단가가 인상되면 내년 쌀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당장은 직불제 단가를 높여서라도 일정 수준 소득 보전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쌀 농사를 중단하거나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휴경직불제’의 도입 등 근본적인 쌀값 안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직불제 단가 인상에 반대해온 예산 당국은 대통령이 직접 직불제 단가 인상을 거론한 마당에 반대할 수 없어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