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면책특권 제한’ 공방]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8시 53분


국회의원 면책특권 한계 논란 일으킨 주요 사건 및 처리결과
발언시기발언자발언장소발언내용당사자 등의 조치처리(수사 및 재판) 결과
1986년
10월
유성환 당시 통일민주당 의원국회의사당 내 기자실국시(國是)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 돼야 한다.검찰 수사
및 기소
1심 유죄. 2심과 대법원에서는‘면책 대상’이라며 공소기각
1997년
11월
추미애민주당의원국회예결위 질의에앞서 질의원고배포부산 건설업체의 자금 수백억원중일부가 대선후보의 경선자금으로흘러갔다.국민신당
고소
검찰, 면책특권 인정해 공소권 없음 결정
1999년
6월
이신범당시 한나라당의원한나라당 당사‘이형자 리스트’에 현정부 실세의 부인들이 고액의 미술품 등을 선물받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김중권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등 고소검찰이 2001년 5월 명예훼손혐의로 불구속기소, 1심 재판진행중
1999년
10∼11월
정형근한나라당의원국회본회의 및 한나라당 부산집회언론대책 문건 이강래의원이 작성했다.검찰 고소2001년1월 명예훼손혐의로불구속기소
2000년
11월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 등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정현준펀드’에 민주당 김홍일의원 등 가입검찰 고소
및민사소송
수사 및 재판진행중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대정부질문(19일)을 통해 여권 인사들의 비리 연루 의혹을 실명으로 거론한 것을 계기로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입법활동과 정부 견제를 위해 면책특권이 필요하긴 하지만, 허위사실로 인한 인권침해 행위까지 보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21일 기자회견까지 갖고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은 면책특권에서 제외하고 있는 독일 등의 경우처럼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가 무책임한 흑색선전으로 정치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민을 현혹시키는 장으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며 관련자에 대한 법적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한 당직자는 ”헌법에만 규정돼 있는 면책특권 제도의 하위 법률을 제정, 구체적으로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의원 입 막겠다는 속셈”▼

◆한나라당=민주당의 면책특권 제한 움직임을 정치권에 대한 선전포고로 규정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원의 의혹 제기와 국민여론 전달을 유언비어로 치부하는 발상이야말로 이 정권의 한계”라며 “의원의 입을 봉쇄하겠다는 것은 국회를 통법부(通法府)로 만들겠다는 독재정권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한보사건이 터졌던 97년 2월의 국회 대정부질문 속기록을 제시하면서 “당시 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이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아들 현철(賢哲)씨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면책대상 행위와 한계=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면책을 받게 되는 행위는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이다.

허영(許營) 전 연세대 교수는 “면책특권은 권력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입법부에 특별히 부여된 것이므로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면책특권과 명예훼손〓독일 기본법(헌법)은 ‘국회 내의 행위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적인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학자들도 “다른 사람에 대한 모욕이나 사생활에 관한 발언 험담 등은 면책대상이 아니다”는 데 견해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문제는 안 의원 등의 발언이 ‘명예훼손’에 해당되느냐 여부. 법조계에서도 “사실이 입증되지 않으면 명예훼손이 된다”는 견해와 “험담이나 비방이 아니고 공익 목적으로 한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다”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 안경환(安京煥·헌법학회 회장) 교수는 “국회의원의 국회 내 발언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으며, 민사책임 여부는 발언 대상자가 공인이냐 일반인이냐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공인의 경우에는 발언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으면 면책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수형·윤종구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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