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검찰개혁' 합의 안팎…'상명하복 삭제'등 추진 예상

  • 입력 2001년 10월 4일 18시 53분


여야가 4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은 ‘이용호 게이트’를 비롯한 잇단 의혹 사건으로 인해 극도로 심화된 국민의 검찰 불신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때문으로 보인다.

여당이 먼저 이를 제의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다. 이는 검찰에 대해서는 야당 못지 않게 여권 내의 불만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여당 의원 중에는 공공연히 “검찰 때문에 여권 전체가 도매금으로 욕을 얻어먹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해찬(李海瓚) 의원은 지난달 말 국정감사장에서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썩은 검찰’이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했다.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검찰 개혁이라는 극히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을 여권 핵심부의 사전 조율 없이 당 총무 수준에서 임의로 제의하고 합의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여권 핵심부가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한계수준을 넘었다고 판단하고 검찰을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정국 운영은 물론 내년 대선에서도 부담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야당이 주장하는 상시적 특검제를 차단할 명분을 얻기 위한 여당의 ‘방어용 선제공격’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즉, 검찰 개혁을 내세워 오히려 검찰을 보호·강화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집요하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아 온 한나라당은 즉각 민주당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한나라당이 구상하고 있는 검찰 개혁 방안은 지난해 11월 한나라당이 제출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상명하복제도 삭제 △검찰인사위원회제도 도입 △검사의 퇴직 후 2년 이내 청와대 및 국가정보원 근무 불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당정 협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이 판국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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