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송호경 "현대위해 장군님이 회담 지시"

  • 입력 2001년 10월 3일 18시 42분


5차 남북 장관급회담(9월15∼18일)이 열린 것은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현대를 위해 당국간 회담을 갖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북한이 주장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현대아산측에 따르면 5차 장관급회담 기간인 지난달 15, 16일 금강산에서 있었던 송호경(宋浩景)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간의 면담에서 북한은 “위대한 장군님(김정일)께서는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육로관광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열어줄 것을 (현대측이) 제기해달라는 사실을 아시고 현대를 위해서라도 북남 당국간 회담을 주동적으로 여는 인정 깊은 조치를 취해주셨다”고 주장했다는 것.

송 부위원장은 또 “이에 따라 상급(장관급)회담에서는 금강산 관광문제가 중요 의제로 토론될 것”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금강산관광 활성화 문제를 협의할 북남 당국간 회담이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그러나 현대아산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그런 주장을 했지만) 현대아산이 북측 아태평화위측에 장관급회담 개최를 지칭해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그런 주장을 했는지는 모르나 장관급 회담이 특정 기업의 요청 때문에 열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측이 현대와 맺은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6·8합의서’에서 8월중에 남북 당국간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 ‘생색내기용’ 발언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면담에서 송 부위원장은 “(금강산)특구가 되고 육로가 보장된다고 치면 (현대가 북측에 지불하기로 돼 있는) 관광 대가 지급은 언제부터 정상화되겠느냐”며 “(총 9억4200만달러의 대가 지급을) 2005년 3월까지 맞출 수 있겠느냐”고 말해 관광대가 지불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북측의) 해당 기관들이 관광 대가가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를 또 해결해주느냐고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송 부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미루어 북한이 금강산 당국회담에 나선 데에는 관광 대가를 지불받기 위한 것도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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